[PC통신] 전직대통령 이전투구 "나라망신"
1999/02/13(토) 17:27
- PC통신 '개논쟁' 저질공방 비난쇄도
『「주막 강아지」와 「골목 강아지」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나라망신 시킨다』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全斗煥) 김영삼(金泳三)씨가 직·간접적으로 인신공격성 저질 발언 공방을 벌이자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발단은 전전대통령이 11일 신임인사차 찾아온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에게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를 해치는 일』이라며 『주막 강아지처럼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
이에 발끈한 김전대통령측은 12일 『추징금문제등으로 코가 꿰어있는 전씨가 살 길을 찾으려고 몽둥이를 든 주인의 뒤꿈치를 핥고 있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골목 강아지나, 주막집 개나 할 수있는 하는 비열한 짓』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 게시판에는 13일 두 전직대통령의 「강아지 논쟁」을 비난하는 글이 수백건씩 올랐다. 천리안 ID 「강철777」이라는 회원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지요. 두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 뒤에 뭐가 묻었는지 한번이라도 보시기를…』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두 대통령의 심기를 전달하며 저질공방을 확대재생산하는 측근들에 대해 『주막강아지와 골목강아지의 털속에서 기생하는 빈대들』이라고 비꼬았다.
일부에서는 두 전직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에 따라 양쪽으로 갈려 더 저질 언을 연출했고 이를 바라보는 자조섞인 지적도 많았다.
직장인 정민수(鄭閔秀·38)씨는 『두사람 모두 민주주의 탄압과 경제파탄의 주인공으로 국민들 앞에 반성하고 자중해도 모자랄 텐데 세력다툼까지 벌이는 것은 한심스럽다』며 『두사람 모두 「개」도 못되는 「강아지」』라고 비난했다. 『도둑이 다가오면 꼭 자기 집안에서는 용감하게 짖어대다 문열고 들어오면 꼬리 내리는 똥개 같다』는 글도 있었다.
정부 여당이 정계개편을 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나름대로의 분석도 내놓았다. ID가 Y2004인 한 통신회원은 TV광고 카피를 패러디 한 「지도자가, 지도자가 끝내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 지도자들, 더구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들이 강아지 운운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는 것을 들어야 하는 우리 국민들이 더 불쌍하다』며 『결국 우리는 강아지들한테 나라의 운명을 맡긴 꼴』이라고 말했다.
또 시민단체의 한 간부는 『정치인들의 입이 「개떡」같다는 것은 익히 아는 바지만, 전직대통령들이 서로 개 운운하며 싸우는 것엔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이라며 『정말로 개가 들어도 웃을 짓들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호섭기자 dre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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