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신용 상향] 탈정크 완결판
1999/02/13(토) 18:42
외환위기 이후 1년여에 걸친 구조조정의 성과가 마침내 「투자적격등급」 회복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피치 IBCA, 26일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이어 13일 무디스까지 「정크본드」 탈출을 공인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마침내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실했던 신인도를 어느 정도나마 회복하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이처럼 단기간에 회복된 것은 무엇보다 외환보유고의 확충과 비교적 건실했던 구조조정에 원인이 있다. 한때 제로상태까지 치달았던 외환보유고는 가용기준으로 이미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부실기관의 퇴출과 대형화를 위한 합병, 정부의 부실채권매입을 위한 공적자금투입으로 금융구조조정은 비교적 성공리에 제1장을 마감했으며 기업구조조정도 비록 속도는 더디지만 전향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외국의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신용도개선의 직접적 효과는 외자유입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전세계 신흥시장이 동반몰락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 보다 많은 외자를 보다 낮은 이자율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3대 신용평가기관중 까다롭기로 이름난 무디스가 마지막으로 투자적격으로 등급을 조정한 것은 한국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국가로 공인해 줬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특히 브라질 사태에 이은 중국의 금융 위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시장 국가들의 불안한 상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믿을 만한 파트너로 판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제 믿을 수 있는 나라로 봤다는 점에서 무역 금융 등에서 상당히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크본드를 탈출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투자적격 수준을 회복했다고는 하나 엄밀히 말하면 「현재 이자지급 및 원금상환에 문제는 없지만 미래에는 위험이 존재하는 수준」이다.
무디스도 이와 관련, 『한국은 주변여건에 의해 얼마든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S&P도 이미 『신용도의 완전회복을 위해선 아직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금융부문에 비해 더딘 기업구조조정, 살인적 실업 및 소득감소, 중국 일본등 주변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한국의 미래가 결코 안심할 수만은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한은관계자도 『우리가 너무 자만에 빠지면서 노사분규, 기업구조조정의 지연, 정치적 갈등 등이 빚어질 경우 대외신인도는 다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도한 외자유입으로 환율이 절상돼 수출에 커다란 장애가 우려되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성철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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