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무죄판결' 이후
1999/02/13(토) 18:38
미국 상원은 위증과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된 빌 클린턴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시켰다. 클린턴의 탄핵모면은 상원의 심의과정에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지만, 워싱턴 정계를 지난 13개월간 꼼짝 못하게 옭아매고 있었던 르윈스키 스캔들의 일단락이라는 점에서 미국 안팎에 주는 의미는 크다.
지난 여름 충격적인 스타특별검사 보고서가 발표되고 하원이 탄핵절차를 밟을 때부터 우리는 미국 리더십의 붕괴를 우려해왔다. 그 이유는 아시아 러시아 남미의 금융위기가 단일화한 세계시장에 줄 파국을 극복하는데 미국 리더십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탄핵정국의 조기 수습을 희망했던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이 이제 정치적 악몽에서 깨어나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전념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북한문제가 올 봄 한반도의 안정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시점이어서 미국이 탄핵정국을 마감한 것이 우리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이루어진 현직대통령에 대한 탄핵과정은 미국의 아름다운 얼굴과 추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정치란 음모와 파당적 요소가 농후하고 따라서 반드시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첫 여야정권 교체이후 일어나는 우리나라 정치현실과 비교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탄핵과정이 정치적 환멸만 남겼다는 허탈감을 미국사회에 준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속에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현직대통령을 탄핵기소할 수 있게 하는 살아있는 헌법, 법의 테두리안에서 이루어지는 탄핵토론, 유권자의 여론 위에 당당히 표결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다.
상원의 탄핵안부결은 클린턴의 승리라기 보다는 미국인들의 곤혹스런 상식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클린턴의 범법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대통령직을 물러나야 할 만큼 국가를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지는 않았다는 여론, 즉 법과 정치의 미국적 타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거짓말을 했고 이를 숨겼으며 지도자의 모럴을 파괴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클린턴 대통령이 남아있는 임기동안 리더십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21세기 새로운 리더십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클린턴식에서 탈피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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