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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랩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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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랩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입력
1999.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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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랩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1999/02/11(목) 18:50

중얼중얼, 웅얼웅얼. 어른들에게는 의미없는 읊조림. 「지껄이다」는 뜻을 가진 미국의 랩(rap)이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은 80년대 후반, 가수 현진영이 데뷔했을 무렵부터다.

그러나 랩을 확산시킨 사람은 서태지와 아이들. 「태지식 랩」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먼 나라 미국에서의 랩을 한국의 노래 장르로 인정하게 만들었다. 「투팩」 「노토리어스 B.I.G」등 미국 래퍼의 마니아도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랩은 힙합과 더불어 90년대 들어 가장 급속히 확산된 흑인 음악장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래퍼들이 모여 프로젝트 음반을 만들었다. 「1999 대한민국」(천리안 발매)은 김진표, 쿨, 업타운, 디바, 옵션, 이글 파이브, US, X_Teen, 허니 패밀리, 더스티, 드렁큰 타이어, 바비 김, 플레이어, 김창렬, 에스더, J 등 34명의 래퍼들이 참가해 만든 국내 최초의 랩 앨범이다.

프로듀서는 22세 동갑내기인 양창익, 이희성, 이정관 등 세 사람. 『랩이라는 요소가 자리잡은 것이지 랩이라는 장르가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라는 이들의 설명처럼 랩을 액세서리로 취급하는 분위기를 바꾸어보자는 생각에서 일을 만들었다.

「피플크루」가 『우린 백댄서가 아니라 엄연한 힙합그룹』이라고 선언하면서 두 장의 댄스비디오를 낸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곡은 프로듀서 세 명이 작곡했으나 랩은 래퍼들이 직접 썼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랩의 기본 원리.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프로듀서는 주제만 제시했다.

타이틀인 「MCMXCIX(1999)」은 세기말의 암울한 분위기를 느린 템포에 담은 곡으로 19명의 래퍼가 참가해 각자가 느끼는 세기말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통일로 가는 길」은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리메이크한 곡이고, 앙드레 포프의 「러브 이즈 블루」를 편곡한 「우리 같이 해요」, 힙합 하드코어풍의 「힙합 신드롬」, 「산체스의 아이들」을 샘플링한 유일한 발라드 곡 「비」 등 16곡.

청소년 문제, 통일, 전쟁, 매춘, 희망이 다양한 장르를 배경으로 깔려있다. 「내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에서는 그룹 디바의 리나 비키, 지니, 업타운의 타샤 등 여성 래퍼들이 입을 맞췄는데, 6명의 여성래퍼가 참여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그러나 가사의 반에 달하는 영어랩, 샘플링과 리메이킹이 주가 된 단조로운 음악은 음반의 한계로 느껴진다. 그러나 더 큰 한계는 어른들은 이런 랩 음반의 가사를 10분의 1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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