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은행장 물갈이 시작
1999/02/11(목) 23:33
제2차 은행장 물갈이가 시작됐다. 주총을 앞두고 홍세표(洪世杓)외환은행장 이연형(李鍊衡)부산은행장등이 잇따라 재임중 사퇴의사를 밝히고 다른 몇몇 은행에서도 행장경질이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은행권은 당분간 사상 유례없는 수뇌부 교체바람에 휩싸이게 됐다.
물갈이 파도에 휘말린 은행은 줄잡아 6,7곳. 시중은행권에선 외환은행외에 조흥+강원현대+충북은행의 초대 합병은행장이 「빅카드」로 꼽힌다. 뉴브리지로 넘어간 제일은행의 유시열(柳時烈)행장이나 곧 해외매각이 성사될 서울은행의 신복영(申復泳)행장은 재신임 가능성에도 불구, 경영진교체 바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방은행권선 경남은행이 우선 꼽힌다. 아직 이춘영(李春永)행장이 거취표명을 유보하고 있지만 함께 조건부승인 판정을 받은 부산은행과 「동반티켓」으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지난해 최고경영자를 새로 맞이한 은행(한빛 국민 주택 한미 하나 평화)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곳이 행장교체요인을 안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인사는 『은행구조조정은 단지 합병 증자 부실매각같은 외형의 변화가 아닌, 부실의 원죄를 진 사람의 교체까지 완결돼야만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행장의 퇴진으로 이같은 정부의 의중은 확실히 드러난 셈이다. 홍행장의 경우 지난해말 명퇴파동으로 「시한부선고」나 다름없는 문책경고를 받은 후 교체설이 파다했으나, 한은출자성공과 코메르츠의 강력한 후원으로 새해들어 유임쪽으로 돌아서는 듯했다. 그러나 다른 조건부승인 은행과의 형평성문제와 「새술은 새부대에」라는 원칙론이 압도하면서 10일 이후 분위기는 퇴임쪽으로 급반전됐다. 다만 행장이 내쫓기다시피한 다른 조건부승인 은행들과는 달리 홍행장에게 새로운 지배구조하에서 최고결정기구인 이사회의장 자리를 부여한 것은 코메르츠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한편 벌써부터 은행권에선 하마평이 무성하다. 탁월한 국제감각이 요구되는 외환은행의 경우 명예회복을 노리는 위성복(魏聖復)전조흥은행장, 상업은행감사출신의 신인식(申仁植)상은리스사장, 외환은행상무를 역임한 이영우(李英雨)수출보험공사사장, 오호근(吳浩根)기업구조조정위원장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부산은행장에는 김경림(金璟林)전은행감독원부원장보가 유력시되며 3월초 결정될 초대 「합병」조흥은행장에는 이강륭(李康隆)행장대행이 현직의 이점을 살려 앞서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물갈이 바람은 임원 및 간부직에도 미치고 있다. 은행권 임기종료임원은 20명뿐이나 12일 주총에서 임기잔여자를 포함, 2명을 퇴진시키는 한미은행을 필두로 전 은행들이 대규모 임원교체에 나설 전망이다. 또 한빛 외환은행등은 1급 간부를 30~50% 감축할 예정이어서 작년 못지않은 파란이 예상된다.
/이성철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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