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 YS 신랄비난
1999/02/12(금) 07:37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11일 신임인사차 자택을 방문한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을 만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 소동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전전대통령은 『주막강아지처럼 (세상을) 시끄럽게 하면 안된다』고 신랄한 용어를 동원하기도 했다.
두 전직대통령은 또 대통령 퇴임후 예우와 활동을 보장하는「전직대통령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전·현직대통령으로 인연이 서로 얽히고 권력의 윤회(輪廻)를 느끼게 하는 말들을 청와대는 공개했다. 다음은 요지.
◇전전대통령=전직대통령은 야당도 여당도 아니다. 중도적 입장에서 국민이 뽑은 현직대통령이 잘되게 해서 결과적으로 국민이 잘되게 해야 한다. 전직대통령이 현직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를 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직대통령은 필요할 때 한마디 해 국민이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 주막 강아지식으로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후세인 요르단 국왕의 장례식 때 전직대통령들을 모두 전용기에 태워서 동행했다고 한다. 그런게 선진국이다. 전직대통령의 역할을 잘 못찾을 경우 후진국을 면치 못한다.
김대통령이 김영삼전대통령에게 여러가지 배려를 하는 것을 보고 있다. 전직대통령들을 잘 보호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자기 시대만이 새 시대라고 하면서 전임자를 비판하게 된다. 그러나 역사는 사가(史家)가 평가해야지 권력자가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신문에 난게 사실인지 모르지만,(김전대통령은) 전직대통령으로서 그런 일 안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현대통령이 울컥하지 않고 여유를 갖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만델라를 보니까 예수님, 부처님에 근접한 사람이다. 그렇게 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인데, 서로 미워하고 「손봐야 하겠다」는 생각하면 어떻게 살 수 있나. 참고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말 안듣고, 협조 안하면 따끔한 맛도 보여줘야 한다.
현 정권이 1년도 안돼 경제난국을 극복해가는 데 대해 누가 뭐라해도 높이 평가한다. 장수가 진두지휘해서 잘한 결과라고 본다. 대통령이 방향을 잡는게 중요하지, 왔다갔다 우왕좌왕하면 위험하다.
◇노전대통령=대선이 끝난 다음날 김중권실장이 구치소를 면회왔을 때 김대통령은 한국의 만델라가 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갈등의 피해자이니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생각을 지금도 똑같이 갖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면 그런 생각이 있어도 마음대로 안된다. 밑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국민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까다롭다. 잘 견뎌야 한다. (전직대통령을 해치는) 명분을 만드는 학자, 전문가, 심지어 종교인까지 나선다. 김영삼대통령이라고 왜 잘하려 하지 않았겠는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을 했을 것이다. 지금 속썩이고 골치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현직대통령이 참고 인내심있게 해달라. 떠들어도 전혀 신경쓰지 말라.
우리나라에선 전직대통령문화가 정착도 안됐고, 시작도 못했다. 김영삼대통령이 북방정책의 후속조치를 못하고 있어 내가 직접 나서고 싶었던 적도 있다. 전전대통령이 나에게 섭섭하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대통령 하나 보호 못하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화염병을 던지는 여론을 잠재우는 길이 백담사밖에 없었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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