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손숙 20년간 `어머니' 무대
1999/02/11(목) 17:42
전쟁과 가난 속에서 어머니는 때로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하느라 어머니 가슴엔 묻힌 게 많다. 글을 배우지 못해 제 이름 석자를 못 쓰고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털어놓을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어머니상을 그린 연극 「어머니」가 27일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주연은 손숙.
신주단지를 쓰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어머니. 전쟁때 죽은 아들이 첫사랑 양산복이의 아이라는 것을 털어놓고 넋을 기리는 굿을 연다. 그리고 남편의 혼을 따라 저승으로 간다.
작·연출의 이윤택은 특유의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맞부닥뜨린다. 사실적인 아파트 건넌방에서 귀신이 밥상을 받고, 병실 뒤에는 시집살이 초가집이 보인다. 초연때 함경도 배경이었던 내용을 경상도로 바꾸면서 부산 출신 이씨는 『경상도 사투리의 3분박 리듬을 구현하겠다』고 말한다. 이씨는 96년 이 작품을 썼을 때 『우리 어머니가 하도 날 붙잡고 야단을 치시길래 녹음기를 놓고 도망갔다. 테이프 몇개에 담긴 넋두리를 듣고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었다.
정동극장은 이 작품을 앞으로 20년간 매년 공연키로 했다. 손숙 이윤택이 계속 출연 연출한다. 20년 뒤면 손씨는 일흔 넷, 이씨는 예순 여섯. 『이번 공연 망하면 보따리 싸들고 부산 간다』는 이야기를 곧잘 했던 이씨에게 『앞으론 보따리 못 싸겠다』고 하자 그는 『그뿐이냐. 죽지도 못한다』고 받아쳤다. 『즐거운 구속은 필요하다』며.
그는 『20년동안 작품이 조금씩 바뀌겠지만 아버지 부재 시대의 지킴이의 힘이었던 어머니 정서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철(아들) 이명주(시어머니) 하용부(남편) 김경익(첫사랑)등 출연. 4월 25일까지 월수목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4시 7시 30분. (02)773_8960~3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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