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해결여부가 주가 100P 좌우
1999/02/11(목) 18:20
「2000년을 두달남짓 앞둔 10월말. 유망 벤처기업 A사의 주가가 폭락한다. 지분의 5%를 갖고 있던 미국의 뮤추얼펀드가 『「Y2K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한국에는 투자할 수 없다』며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태가 봇물터지듯 일어난다. 2000년 1월3일. 새해 영업 첫날부터 Y2K문제로 전기와 통신이 끊기는 사고로 증권사 영업이 일시 마비되자 남아 있던 외국 펀드들마저 일제히 한국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한다. 증시는 붕괴의 길로 치닫는다」
컴퓨터가 2000년 표기를 인식하지 못해 일어나는 각종 혼란을 뜻하는 「Y2K」문제는 이처럼 주식투자자에게도 대재앙이 될 수 있다.
증권업협회는 11일 이같은 시나리오를 점검, 「Y2K문제가 한국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증권업협회는 한국의 Y2K대책이 경쟁국보다 크게 뒤진 것으로 평가받을 경우 99년 11월∼2000년 2월 기간 외국인들의 증시 투자자금 가운데 18억달러가 해외, 특히 아시아의 경쟁국으로 순유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92년이후 증시에 유입된 외국자본 225억달러의 8%에 해당하는 자금이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자금유출로 인한 주가지수 하락효과는 100포인트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상훈(李相勳)증권업협회 국제금융담당 이사는 『Y2K문제 해결지연에 따른 추가적인 자금유출과 이로 인한 국내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효과까지 감안하면 주가하락폭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문제로 인한 국내총생산(GDP)감소효과는 0.4%에 그칠 것』이라는 정부의 「느긋한」 예측을 따르더라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GDP가 0.4%포인트 하락하면 외국자본유출과 투자심리위축 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주가가 월평균 15포인트 떨어진다는게 증권업협회의 분석이다.
물론 희망은 남아있다. Y2K문제 대응에 박차를 가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아시아 경쟁국들보다 월등한 평가를 받는다면 오히려 20억달러에 달하는 외국자본이 유입될 것으로 증권업협회는 전망했다. 이 경우 주가상승효과는 110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창모(裵昶模)증권업협회장은 『연말이 다가오면 세계 각국의 「Y2K대비」수요가 몰려 부품·인력 조달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정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기자 kimj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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