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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논단] 구조조정과 정부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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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논단] 구조조정과 정부개입

입력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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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논단] 구조조정과 정부개입

1999/02/10(수) 18:52

최근에 거시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여온 금융·기업의 구조조정과 시장의 자유화·개방정책이 주효하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 마디로 이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구조조정과 자유화·개방정책은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고 실업과 기업의 도산을 증가시켜 단기적으로는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위축되었던 내수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은 산업의 효율성, 즉 생산성을 높여 안정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때까지는 구조조정의 고통으로 부문간 갈등이 증폭되는 등 사회적불안이 확산된다.

더구나 이러한 사회적인 불안이 저항으로 발전하는 것을 우려하여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구조조정은 으레 실패로 끝나게 된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지금은 구조조정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워낙 단기적인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는다 싶으면 바로 마음을 바꾸어 한국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바로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시장의 규제를 철폐하고 외환거래를 자유화하며 시장을 개방하는 정책도 장기적으로는 산업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안정된 성장기반을 다지는데 목적이 있다.

문제는 시장을 개방하다 보면 환율 변동폭이 커지고 국내 이자율과 주가가 불안정하게 되는 데 있다.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환율안정에 주력하다 보면 국내 고용과 물가안정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게 된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전환기에 경제를 안정시키면서 구조조정 계획을 차질 없이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성장과 고용을 희생할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람의 퇴출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실업의 증가를 두려워 한다면 구조조정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국제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구조조정의 계획이나 추진방법 등에 대해서 오해가 없고 불신을 갖지 않도록 정부정책의 목표와 추진과정이 투명해져야 한다.

이미 외국인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지난 일년 동안의 구조조정의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끝으로 우리 나라와 같이 규모도 크지 않은 경제가 시장을 개방하고 외환시장을 자유화하면 금융시장은 대내외의 작은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불안정하게 된다. 그렇다고 고용이나 물가안정은 제쳐두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안정에 주력할 수도 없다.

만일 통화신용정책을 고용과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한다면 정책당국은 외국과의 자본거래, 특히 단기자본이동을 규제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개입해야만 환율, 이자, 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런 개입은 경제의 효율성을 부분적으로나마 희생하고 관치금융으로 되돌아 간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안정과 효율간에는 피할 수 없는 상호득실이 있다. 이를 고려해 정책목표의 우선순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에서 환율의 불안정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분명하다. 건전성 규제 이상의 개입이 불가피 할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물론 부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책당국의 부패나 정경유착의 문제는 민간의 감시로서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한다. 요즈음 여러 부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민간기구들의 파수꾼 역할이 더 강조된다면 정부개입의 폐해는 상당부분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철·朴英哲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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