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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병용/반대] 한심한 글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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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병용/반대] 한심한 글자정책

입력
1999.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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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병용/반대] 한심한 글자정책

1999/02/10(수) 20:01

 - 허웅 한글학회장

1948년 우리 국회에서는 「한글전용법」을 제정하여 공용문서는 한글만으로 적고, 다만 당분간 한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만 조항」을 덧붙였다. 그 뒤 1970년 정부에서는 공용문서를 한글전용으로 할 뿐 아니라 「가로쓰기」로 하되 표준말을 바르게 쓰도록 「대통령령」으로 규정하였으니 이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한편 광복 뒤 우리들의 글자살이는 큰 진전을 보여왔다. 한자 투성이의 글자살이에서 지금은 거의 완전한 한글전용의 글자살이로 바뀌었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호흡을 같이하여 그 글자살이를 한글전용으로 이끌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한자를 다시 병기한다는 것이니, 한 마디로 말하면, 이것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뒤에서 끌어당기려는 반역사적인 처사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해괴망측한 일로는, 도로표지판에 조차 한자를 병기하겠다는 것이다. 관광객을 위한다는 것인데, 심히 어리석은 발상이다. 관광객을 모셔오려면 관광상품을 개발해야지, 도로표지판에다 한자나 병기하겠다니, 정말 천진난만한 발상이다.

우리는 이미 도로표지판에 로마자를 병기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사람들은 로마자를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모자라서 다시 한자를 아울러 쓰겠다는 것인가?

한국 중국 일본 세나라가 한자를 쓰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이 세나라의 한자 읽는 방법이 다른 줄을 모르는가? 한자로 적어놓으면 그들은 우리말 소리로 읽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자로 적어놓으면 우리말 소리를 낼 수 있다. 무엇이 모자라서 한자를 다시 병기하겠다는 것인가?

21세기로 향하여 뛰겠다던 정부의 발상이 기껏 이 정도라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정보화에 앞장서야 할 정부 당국자는 한자가 정보화의 크나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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