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행동촉구] 중견판사들 불만 커진다
1999/02/08(월) 18:03
「수뇌부는 지금 뭐하십니까」
수원지법 문흥수(文興洙·42)부장판사가 사법부의 내부문제를 공개비판하는 내용을 법원통신망에 올려 파문이 일고있는 가운데 중견 판사들을 중심으로 사법개혁을 위한 수뇌부의 행동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남의 한 지원장은 8일 법관전용 통신망에 「게시판 활성화 제안」이라는 글을 통해 『요즘 문부장판사의 글을 계기로 법원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경력 7~15년의 중견 판사들만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대법원을 비롯한 수뇌부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뇌부가)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고 태풍이 지나가면 잠잠해질거라 생각하는 거냐』며 『사석에서 만나면 대단히 훌륭한 분이 많은데 왜 말씀이 없으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아까운 지식, 아까운 경륜 좀 들려달라』며 수뇌부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 뒤 『후배법관들에게 오늘과 같은 수모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젊은 판사들의 참여도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부 중견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법관통신망에 오른 문부장판사 관련 글을 모두 읽어봤다는 서울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문부장판사가 글을 띄운 것을 계기로 총체적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수뇌부도 더이상 수수방관만 해서는 안된다』며 『검찰이 수뇌부와 일선 검사들간의 회의를 열었던 것처럼 법원도 공식적인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하든지 사법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최근 동료법관 몇몇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수뇌부가 아래로부터의 개혁 목소리에 대해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게 주된 내용이었다』며 『수뇌부가 사법부 개혁을 바라는 많은 법관들과 국민들 앞에 용기있는 모습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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