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석 야당사 방문] 이부영총무와 밀담도
1999/02/08(월) 18:36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이 8일 오전 한나라당 당사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방문했다. 김수석은 『그냥 인사온 것』이라고 했지만 정국상황과 관련해 결코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농담과 선문답을 주고 받으며 공개 탐색전을 폈다.
이총재가 먼저 『정무수석은 정국운영에 중요한 위치』라며 『여야관계에서 좋은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김수석은 『여기 와보니 옛날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 많고 이총재도 가깝게 생각해서인지 친정온 기분』이라고 화답했다. 이총재는 김수석이 『앞으로 정국을 잘 풀어달라』고 주문하자, 『대통령이 잘 풀어준다면, 나야…』라며 뾰족하게 받았다. 이에 김수석은 『입춘도 지났으니 정국에도 봄기운이 완연했으면 좋겠다』며 정국해빙의 기대를 거듭 표시했다. 이총재는 『봄은 봄이로되…』라고 얼버무리며 『정국을 푸는 모양보다 마음과 신의가 중요하다』고 토를 달았다.
두 사람은 이어 15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을 통해 브리핑하도록 했다. 김수석은 이 자리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물론 야당의원 빼가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확고한 뜻이니, 총재회담을 열자』며 야당의 호응을 거듭 요청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여권이 동서화합이든 지역연합이든 정계개편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한 뒤 이를 국민앞에 밝혀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김수석은 『김대통령이 수석임명 뒤 저녁자리에서 「야당의원을 빼오지 않겠다」고 분명히 이야기 했으며 「이 시점에서 빼온들 다음 총선에서 당선되겠느냐」는 의구심도 토로했다』면서 이총재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못믿겠다는 이총재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수석은 『한나라당의 뜻을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달하겠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총재에게 자주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김수석은 이어 원내총무실로 자리를 옮겨 각별한 관계인 이부영(李富榮)총무와 5분간 밀담을 나눴다. 그는 『여야 협의를 거쳐 정국을 풀어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한나라당사를 떠났다. /김성호기자 sh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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