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적법 개정악재 슈뢰더 텃밭패배
1999/02/08(월) 18:09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끄는 「적녹(赤綠·사민당과 녹색당) 연정」이 집권 100여일만에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해 10월 「새로운 중도」를 내걸고 출범한 슈뢰더 정권이 7일 실시된 헤세주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기민당(CDU)에게 예상 밖의 패배를 맛 본 것이다.
헤세주는 8년전부터 사민당(SPD)이 녹색당과 함께 「지역 적녹연정」을 꾸려 온 SPD의 아성. 따라서 이번 선거는 국적법 개정, 원자력 발전소 전면 폐쇄 등 혁신정책을 추진해 온 슈뢰더 정권에 대한 첫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결국 이번 선거를 계기로 슈뢰더의 SPD는 각 주대표들로 구성된 상원(Bundesrat)에서 과반수 의석을 상실, 국적법 개정 등 향후 정국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선관위 개표결과 중도 보수 계열의 CDU은 43,4%를 획득, 4년 전보다 지지율을 4.2% 끌어올렸다. 우파인 자민당(FDP)과 함께 연정을 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SPD는 1.4% 오른 39.4%를, 녹색당은 무려 4.0%나 떨어진 7%를 얻는 데 그쳤다. 녹색당의 과격한 정책에 등돌린 표가 CDU쪽으로 쏠린 결과였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국적법 개정문제였다. SPD는 혈통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현행 국적법을 85년만에 개정, 터키계인 독일 이민 2,3 세대 400만명에게 독일 국적을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CDU는 선거운동 차원에서 국적법 반대 청원 운동을 전개, 지역현안 대신 유권자들의 반외국인 감정을 자극해 우파 성향의 표를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적녹연정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중요 패인이었다는 지적이다.
/박진용기자 jinyong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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