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도쿄 YMCA
1999/02/07(일) 17:41
80년전 오늘 오후 6시, 일본 도쿄 한복판 조선기독교청년회관. 조선인 유학생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우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이광수가 기초하고 유학생 대표 11명이 서명한 독립선언서가 발표됐고, 김도연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대회를 마친 유학생들은 독립만세를 외치며 가두로 나왔고, 대기중인 일본경찰과 충돌했다. 30여명이 부상하고 60여명이 체포돼 29명이 송치됐다. 3·1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2·8독립선언」은 그렇게 불이 붙었다.
■이런 역사적 유적인 도쿄 조선기독교청년회관(현 도쿄 한국YMCA회관)이 자금난으로 경매에 부쳐진다. 이 회관은 지난해 3월 부채를 다 못갚아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도쿄 지방법원에 경매처분 신청을 했다. 아직 경매일자등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형편이다.
■도쿄Y는 78년 민족정신 계승을 위해 신관 신축공사를 착수, 80년 7월 완공했다. 당시 정부와 국회차원의 지원약속으로 총 공사비 15억1,600만엔중 10억엔을 외환은행 도쿄지점에서 대출받았다. 그러나 그후 지원약속이 흐지부지되면서 자금난에 빠지게 됐다. YMCA는 93년 3월까지 모금운동과 국고지원 등으로 건립비와 이자 대부분을 상환했으나 이자 3억5,300여만엔(약 35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측은 『빚을 갚지 않는데다 5년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하는 일본법 때문에 경매에 부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Y측은 『2·8독립선언의 발상지인데 그럴 수 있느냐』며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지만, 은행 입장은 그렇지 않다. 금융기관으로서 무작정 손해볼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Y와 광복회, 한국독립유공자협회는 1월말 대통령과 국회 등에 「재일본 한국Y회관 부채 손비처리 청원서」를 제출했다. 도쿄 Y회관은 70만 재일동포의 정신적 지주일 뿐 아니라 한국 독립정신의 상징이다. 회관보전을 위해 국민 모금과 함께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지 못해서야 어떻게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국민과 정부라고 할 것인가.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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