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과뒤] IBM시대에서 AOL시대로
1999/02/07(일) 16:07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작은 마을 메디슨이 고향인 존 모간(43)은 컴퓨터 전문가다. 그의 이름이 최근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천에 오른 것은 실리콘 밸리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이뤘다거나 Y2K 퇴치법을 찾아냈기 때문이 아니다. 자기 연봉의 절반 가량인 1만 9,000달러를 기가 막히게 굴렸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소액투자가인 그는 인터넷 관련주인 아마존(인터넷 서점)을 100주 (주당 189달러) 산 뒤 7주만에 되팔아(주당 460달러) 무려 2만 7,000달러를 챙겼다. 쟁쟁한 투자펀드의 수익률이 연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슬롯머신에서 대박이 터진 것 같았다』는 그의 기분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의 성공담은 99년 벽두부터 뉴욕증시의 화두로 떠오른 인터넷주의 열풍을 짐작케 한다. 수치로 보더라도 GM, AT&T, IBM 등 30개 블루칩(초우량기업)의 주가평균인 다우지수는 지난해 16.1% 상승에 그쳤지만 인터넷주가 등록된 나스닥 지수는 39.6%가 올랐다. 그 여세는 새해들어 더욱 거세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이 인터넷주의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상승기조는 꺾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대개 인터넷 관련업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겨질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까지 적자만 낸 기업들이다. 일부에서는 「제 2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나 아직 시기상조다. MS는 증시에 처음 상장됐을 때 연 2,400만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아마존은 설립 3년만에 상장돼 MS보다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나 2001년에야 수익을 낼 전망이다. AOL(인터넷 통신업체)과 야후(인터넷 검색업체)도 비슷한 사정이다. 한국의 인터넷 관련업체는 AOL이나 아마존에 비하면 더 형편없다. 그럼에도 인터넷주는 증시에서 뜨고 있다. 「거품론」이 나올 만하다.
인터넷주 돌풍 현상은 현 기업가치나 실적 등 기존의 투자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다. 벤처캐피탈과 같은 「투자 마인드」로만 가능하다. 80년대가 IBM시대라면 90년대는 MS시대였고 2000년대는 AOL(인터넷)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이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아닐까.
이진희 국제부차장 jinh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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