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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개혁 더 미룰 수 없다

입력
1999.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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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개혁 더 미룰 수 없다

1999/02/06(토) 18:07

법원이 거물변호사 양성소로 전락했고, 인사제도와 사법 시스템이 사법권 독립의 장애가 된다는 문흥수(文興洙) 수원지법 부장판사의 글이 사법개혁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종기변호사 사건 관련법관 처리문제로 안팎의 시선이 집중된 때에 소신있는 판사로 촉망받아 온 중견법관이 사법부의 치부를 들춰가며 자성을 촉구한 것은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우리는 먼저 법관들이 왜 소신대로 판결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국민의 의문에 솔직히 답해 준 문부장판사의 용기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많은 수뢰공직자가 재판에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함으로써 IMF 체제의 중요원인인 부정부패에 기여하지 않았느냐』는 자성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물 변호사들에게 약한 판사들이 그런 재판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믿겠느냐는 반문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인사권을 가진 법원 수뇌부와 친한 사람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다는 고백은 공직자라면 누구도 부인 못할 갈등일 것이다.

어떤 유혹과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법관의 신분을 종신제로 바꾸고 높은 처우를 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대안 없는 인사제도 비판에는 문제가 있다. 그는 법관재임명 제도가 대법원장에 의한 법관 파면제도라고까지 규정하면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법부장과 대법관을 발탁하는 승진제도 또한 상급자 주관에 의존하는 근무평정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위헌요소가 있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장점과 이 제도로 탈락당한 법관이 극소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악용소지와 운용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은 몰라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발탁인사와 근무평정제가 조직유지에 효과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원의 제도에 개선할 점이 많다는 문제제기는 사법발전을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다. 우선 3급심제도를 2급심으로 바꾸자는 것과 판사업무 경감제안이 그렇다. 우리나라 대법관이 연간 주심사건만 1,000건을 처리하고, 합의사건까지 치면 4,000건에 달한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일선 법관은 물론 검사와 변호사들의 업무량도 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의 글이 법조인력 확충안을 비롯, 법조인 교육 및 양성체제와 임용체제 등의 판을 바꾸는 개혁의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검찰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이종기변호사 비리사건의 불똥이 판사들에게로 튀고 있는 와중에서 나온 그의 지적은 법조개혁의 필요성이 목까지 차올랐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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