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후계구도] 지도자들 병약… 속병앓는 아랍
1999/02/06(토) 18:04
- 후세인 국왕 계기로본 각국 후계구도
후세인 요르단 국왕의 「의학적 사망」을 계기로 늙고 병약한 아랍권 장기 집권 지도자들의 건강과 후계자 문제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랍의 지도자들은 20~30년 집권이 예사다. 후세인 국왕은 46년간 집권했다.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가부장적 권위주의 통치인 아랍 국가들은 장기집권한 지도자가 쓰러질 경우 권력승계 과정에서 정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국내 정정불안은 복잡한 중동정세에도 영향을 주고, 아랍 과격파의 득세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강대국의 관심도 지대하다.
우선 아랍의 맏형 나라인 사우디 아라비아를 보자. 17년째 다스리고 있는 파드(75·추정)국왕은 95년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98년 8월 담낭염 수술까지 받은 병력이 있다. 외국 요인 접견 말고는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압둘 아지즈 초대 국왕은 36명의 왕자를 두었다. 그중 파드 국왕이 왕위를 계승했고 압둘라 왕세자는 파드 국왕의 이복형제다. 국왕의 일상업무와 외국방문을 대행하는 압둘라 왕세자는 후계구도를 굳힌 듯 하지만, 「스데일리가의 7형제」로 불리는 파드 국왕 친동생들과의 갈등설이 있다.
요르단의 왕세자 교체에서도 드러났듯 아랍권 왕국은 형제계승과 장자계승이 뒤섞여있는 데다 동생이 계승하면 형의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하는 등 복잡한 전통이 있어 종종 「용의 눈물」이 벌어진다.
부족 연방공화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자예드(81·추정)가 28년째 대통령직에 있으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할리파가 대통령 계승자이지만 이란과의 영토문제 등을 다룰 정치력은 미지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70) 수반의 건강과 후계구도는 중동평화협상의 미래와 직결된다. 파킨슨씨병이란 설이 많지만 본인은 『나는 죽을 때까지 지도자』라며 말이 없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집행위원회 마무드 아바즈 사무총장, 아메드 클레이 자치지구평의회 의장 등이 차기로 꼽힐 뿐이다.
68년 쿠데타로 집권한 시리아의 하페즈 알 아사드(69·추정)대통령도 심장병과 당뇨병을 앓고 있다. 94년 차남 바샤르(33)가 후계자로 꼽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70)대통령도 금융가인 아들 가말을 부총리로 임명해 부자세습 의혹을 사고 있다.
아직까지 굳건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62)대통령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랍의 왕국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라크의 「왕정 타도」선동에 동조하는 국내 과격파의 동향이다.
/신윤석기자 y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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