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노조의 파업 결의
1999/02/06(토) 18:06
기아자동차 노조가 고용안정 보장과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찬반투표는 89%가 넘는 높은 찬성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 왜 기아 노조가 파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파업의 이유를 따지기 전에 지금 기아 노조가 파업이란 말을 들먹일 수 있는 입장인지 먼저 묻고 싶다. 우리 경제는 97년말 외환위기이후 국가부도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온 국민의 고통과 희생으로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으나, 여전히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불안한 상황이다.
이번 경제청문회에서도 지적됐듯이 환란을 초래한 중요한 계기중의 하나가 기아사태였고, 기아가 부도에 이르게 된데는 노조도 그 책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또 기아를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은행단이 탕감해준 부채 7조1,000억원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국가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준 기아의 노조가 밀린 임금을 내놓으라며 파업을 벌인다면 국민이 과연 수긍하겠는가. 특히 97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반납했던 상여금 300%를 되돌려주고 지난해 미타결된 임금협상안을 인정하라는 요구는 상식밖이다. 정상적인 회사들도 임금을 동결하고 삭감하는 마당이 아닌가.
근로자들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기아자동차 뿐이 아니다. LG반도체도 현대전자와의 합병을 전제로 근로자들이 60개월치 위로금등을 요구하며 2주일 가까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당초 합병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시작한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은 어느새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파업으로 변질했다.
합병에 따른 고용불안등 불확실한 미래를 감안해 정신적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근로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평균임금 60개월치는 과다한 요구다. 그것은 보통회사에서 60년이상 장기근속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금 수준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빅딜을 하는 마당에 경영이 좋은 기업에서도 전례가 없는 과다한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봄철 임금협상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산업현장에서 벌써부터 노사분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경우 부품업체의 노사분규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제 막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우리 경제에 노사분규가 새로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노·사·정 모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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