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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담은 편지] 희망의 집 44명 종이배로 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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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담은 편지] 희망의 집 44명 종이배로 띄워

입력
1999.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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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담은 편지] 희망의 집 44명 종이배로 띄워

1999/02/06(토) 18:13

『우리 가족 아픈데 없고 돈좀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 부근 중랑천에서 노숙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실은 종이배 44개가 살곶이다리를 지나 한강으로 힘차게 빨려 들어갔다. 옥수종합복지관 등 「희망의 집」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자 44명의 얼굴에도 마치 소망을 이룬 듯 오랜만에 화색이 감돌았다.

노숙자들의 고민과 걱정을 털어버리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는 삶에 지친 사연을 빼곡이 적은 장문의 기원문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A4용지 절반크기로 만든 종이배 대부분은 가족의 건강과 재회의 날만을 기다리는 소박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벽돌공으로 전국의 공사장을 전전하다 IMF 한파에 이산가족이 됐다는 50대 남자는 『간밤에 무슨 소망을 써야할까 고민했지만,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함께 모여사는 것 말고 달리 바랄 게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세들어 살던 집이 불이나 졸지에 노숙자가 됐다는 30대 남자도 『애들과 집사람은 여성들만 사는 희망의 집에 있다』며 『희망의 집은 임시거처일 뿐 날씨가 풀리면 월세방이라도 구할 것』이라며 강한 자활의지를 보였다.

한편 축구대회와 함께 열린 이날 행사는 당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할 예정이었으나 소식을 전해들은 성동구 부녀회원들이 따뜻한 떡국과 빈대떡 등 푸짐한 음식을 마련, 노숙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랬다. 부녀회원들은 『모든 노숙자들이 올해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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