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이후 중동은..] 아랍 '힘의 균형' 불안
1999/02/06(토) 08:59
예로부터 중동의 관문역할을 했던 요르단은 지금도 사방이 이스라엘,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 둘러싸인 화약고 중동의 완충지대. 후세인 국왕은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이용,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대치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로 중동평화와 약소국 요르단의 생존을 이어왔다.
아직 베일에 가려진 압둘라 왕세자는 일단 후세인의 친서방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후세인같은 노련미와 카리스마가 검증되지 않아 요르단은 중동평화 중재국으로서의 위상이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후세인의 퇴장은 중동지역 전체의 힘의 균형에 균열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달 압둘라 왕자의 왕위계승이 발표되자마자 요르단 수도 암만을 찾았다. 지난해 체결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와이리버 평화협정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요르단의 심중을 타진하기에 바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지난 주 중동 순방길에 예정에 없던 요르단을 방문했다. 미국으로서는 요르단이 이슬람원리주의와 이라크의 위협을 차단하는 데 전략요충지이기 때문에 일단 압둘라 왕세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편 후세인의 사망은 그동안 금기시돼 온 중동국가들의 후계구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지도자는 모두 70세를 전후한 고령이자 건강이 좋지 않다.
요르단 국내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만약 왕좌에서 밀려난 핫산이 군부내 원리주의자들과 결탁해 쿠데타를 감행한다면 요르단 국내 정세뿐 아니라 중동의 정정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곤기자 kimj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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