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Classic] 재즈 베이스의 천재 '자코의 부활'
1999/02/04(목) 18:35
스스로를 파멸시킨 천재. 현대재즈 최고의 베이스 주자. 뒤에서 멜로디나 받쳐 주던(time-keeping) 베이스를 팀의 기둥으로 끌어 올린 사람. 그 주인공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앨범 「자코」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1월 초 더블음반 3,000장이 첫 선 보인 지 한 달만에 PC통신등 입선전을 통해 모두 팔려나갔다. 단일 뮤지션 음반으로는 같은 기간 동안 1천장 판매도 힘든 요즘, 돋보이는 소식이다. 더욱이 미국 일본등 재즈 강국보다 먼저 소개된 최신판(Apro).
미국인으로 87년, 37세로 세상을 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삶은 강렬했다. 자신의 천재성을 이용하기만 한 80년대 음악비즈니스 풍토에 절망, 술과 마약에 빠져든 그의 삶 자체가 결국 거친 항변의 형식이었다.
이번 앨범은 그 음악적 천재성을 고스란히 포착하고 있다. 웨더 리포트, 팻 메스니등 일류 재즈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전 작품과는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앨범 제작을 위한 녹음이 아니지만, 재즈로 봐서는 오히려 강점이다. 하나의 단일한 주제가 재즈맨들에 의해 어떤 식으로 발전해 가는지, 사이드맨들에게 간단히 건네는 음악적 요구등 그들의 실제적 작업풍경은 어떠한지.
정규 상품화를 애초 염두에 두지 않아, 더 흥미롭다. 가려져 있었던 달의 뒷면을 보는 듯한 감흥이다. 모두 첫 취입분(first take), 「재즈적」 현장성이 충만하다.
베이스-기타-드럼이라는 독특한 트리오다. 주제는 뜻밖에도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동요풍의 간략한 선율.
첫째 음반 「브로드웨이 블루스」에는 그의 재즈적 변주가 65분에 걸쳐 모두 9곡. 뉴 올리언스풍 비밥풍 발라드풍등 재즈가 됐다, 록풍 레게풍 R&B풍 컨트리풍등 팝으로도 탈바꿈한다. 록풍의 변주에서 자코의 베이스는 64분음으로 마구 난사하더니, 레게로 바뀌어서는 는적는적 넘실댄다.
현대 클래식에서의 「구체음악」처럼 소음까지 삽입된다. 두번째 CD 「테레사」는 35분간의 자유 즉흥 3곡. 재즈적 연주력과 상상력이 마음껏 나래를 편다.
이 음반은 지난 해 4월 국내 음반사인 아프로 C&C가 인터넷 상의 자코 사이트에 들어가, 독일의 재즈 전문 레이블 재즈 포인트(Jazz Point)를 찾아내 9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등을 젖힌 배포가 가능하게 된 것.
음반사는 뜻밖의 호응에 고무돼, 『「자코」의 추가 발매는 물론, 「이태리 실황」「Heavy Jazz」등 그의 전설적 명반도 속속 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태리 실황」은 육체적 황폐를 딛고 발표했던 말기의 명반으로, 현대 재즈를 이해하는 데 필청의 작품.
국내 재즈 콰텟 「네브라스카」의 베이시스트 전성식(32·全晟植)은 『연주자의 발전 여부, 문제점을 아는 데는 자코의 곡이 황금률』이라며 『음악의 신지평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도 더 할 나위 없는 복음』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