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자물통입 어떻게 열었나
1999/02/04(목) 17:59
정태수(鄭泰守)전한보총회장의 「자물통」입이 4일 청문회에서 의외로 쉽게 열렸다. 당연히 그의 심경변화 배경과 그 과정에서 있었을 법한 여권의 역할이 관심사다.
여권은 정씨의 입을 통해 김영삼전대통령에게 전달된 92년 대선자금의 일부를 밝혀낸 것은 97년 한보청문회이후 2년간에 걸친 「추적의 개가」라고 밝혔다. 『정권이 바뀐뒤 결정적인 제보자가 나타났고 이미 6개월전에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씨의 「폭탄증언」을 이끌어 낸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정씨의 폭로가 나오기 30분여전에 『정씨가 형집행정지를 미끼로 던진 여권의 회유·협박에 넘어가 대선자금을 언급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고 미리 「유죄입증 흥정(plea bargaining)」의혹을 제기해 한층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같은 미묘한 상황과 관련, 정씨의 증언이후 흘러나오는 뒷얘기를 종합하면 「대가」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여권과 정씨측이 직·간접으로 접촉한 흔적은 찾아볼 수 있다. 정씨의 아들 정보근(鄭譜根)전한보회장이 먼저 여권의 핵심 실세를 찾아와 일종의 「거래」를 제의했다는 설이 그중 하나다. 이때 여권은 이같은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의장도 제3자를 매개로 정태수씨와 간접 접촉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며 『우리측이 이미 일시,장소를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씨가 지난달 28일 서울구치소로 자신을 면담하러 온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에게 대선자금 제공사실을 적극 부인하지 않으면서 『이런 풍토에서 기업을 더이상 할 수 없다. 나가면 정치나 해야겠다』는 농담을 던진 것은 흥미롭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측은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제시하면서 「회유·협박」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당의 특위 의원들이 하나같이 신병을 핑계로 내세운 정씨를 「봐주기」로 일관, 1시간30분만에 신문을 마쳤고 질의·답변도 미리 짜맞춘 듯한 흔적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진실은 여권이 말하는 제보자의 신원과 물증이 가려줄 수밖에 없다. /고태성기자 tsgo@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