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6년만에 '판도라 상자' 열렸다
1999/02/04(목) 17:51
전정권부터 지금까지 6년동안 실체없이 떠돌던 YS 대선자금의 「판도라 상자」가 4일 열렸다.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의 150억원지원 시인으로 문민정부가 정경유착의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로인해 신·구정권 및 여야간 긴장이 높아지고 자금수수의 위법성논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한보비리수사의 재검토가 거론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날 밝혀진 부분이 문자그대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최소 몇천억, 최대 조단위」라는 설이 분분한데 정태수씨가 이날 확인한 액수는 15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대선자금이 추가로 확인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이와관련, 그동안 제기됐던 YS대선자금관련 설중 가장 구체적인 것은 작년 4월 모주간지가 보도한 구민자당의 「14대 대선자금 결산보고」문건이다. 여기에는 김전대통령이 구민자당에 3,080억원을 갖다 줬고 구민자당은 이중 3,034억4,000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액수에는 민자당 선거비용의 절반 정도를 쓴 것으로 알려진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 민주산악회등 YS 사조직의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YS진영이 쓴 공·사조직의 선거비용 합계는 6,000억~7,000억원 수준에 이르리라는 추측이 가능해 진다.
민주계 인사들에 따르면 조직비용외에 YS가 개인적으로 썼던 비용도 상당하다고 한다. 일부 구민자당 지구당 위원장들이 YS진영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지원을 받았던게 대표적인 예. 『YS 대선자금은 1조원가량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은 이런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다. 김종필(金鍾泌)총리도 97년6월 자민련 행사에서 『YS가 지난 대선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150억원외에 앞으로 대선자금이 더 밝혀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준 측이나 받은 사람이나 스스로 입을 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당측이 사태를 더 확산시킬 분위기도 아니다. 이런 탓에 YS 대선자금은 150억원의 「깃털」만 남기고 「몸통」은 다시 막후로 사라질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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