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정국] 여 '고심의 2월'
1999/02/03(수) 18:45
여권 핵심부가 『정치를 복원해야한다』는 총론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구체적인 각론에서 해법을 찾기가 녹록지 않아 고심중이다.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대화의 전제조건은 물론이고 막후의 조건들조차 현실적으로 수용하기가 힘들다는데 여권의 딜레마가 있다. 정치복원의 명분과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엇갈리는 강온론이 혼선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2월25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1주년을 기해 대대적인 사면, 국민화합의 조치들이 예정돼있지만, 가장 절실한 정치정상화는 도처에 널린 장애물로 쉽지 않은 형국이다.
정계개편 여권은 대립정국의 뿌리를 현 정부출범 직후 벌어진 한나라당의 총리인준 거부사태로 보고있다. 『1년만 협조해달라』는 김대통령의 요청을 한나라당이 거부한 것도 여야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여권은 정계개편론에 강한 집착을 갖고있다. 그러나 최근 정계개편론이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을 촉발시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반을 오히려 강화해 주고 있다는 자성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고 여권이 야당이 총재회담의 조건으로 내세운 「정계개편 중지선언」을 들어주기도 어렵다. 이미 입당의사를 밝힌 수도권, 중부권의원들이 적지않고 정계개편의 포기선언은 정국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총풍 세풍 정치권사정 한나라당이 막후에서 요구하는 세풍 총풍의 매듭, 사정대상 정치인의 선처도 여권으로서는 받기 어려운 난제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총재를 세풍으로 묶어두고 사정대상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위협받는 한 국면전환이 어렵다』는 「역지사지론」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세풍과 사정을 미봉으로 덮어버리기에는 후유증이 만만치않다. 여권 고위인사들은 『야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청와대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고 있고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고 말한다. 설령 여권 핵심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해도 소장검사들의 정치적 독립요구가 나오는 판에 세풍, 사정의 정치적 마무리는 검찰 법원의 반발을 초래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기강문제라는 점에서 융통성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전정권과의 관계 여권은 청문회 시작전부터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부자의 증인채택여부를 놓고 설왕설래를 했다. 직접 증언, 서면 및 비디오증언이 검토되는가 하면 현철(賢哲)씨 사면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상도동이 계속 격한 대응을 하자 여권은 『김전대통령 부자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적지않은 혼선을 노정했다.
여권 핵심부는 정국해빙, 지역감정 완화를 위해 김전대통령 부자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쓰겠다는 생각이나 상도동측은 『믿을 수 없다』며 여권에 험구를 마다않고있다. 여권은 상도동의 감정적 반응을 대하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불쾌감을 갖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의 유화책이 자칫 권위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 최종선택을 유보하고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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