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고검장 면직] 징계위 스케치
1999/02/03(수) 22:20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3일 법무부는 청사 전체를 짓누르는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징계청구권자인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김승규(金昇圭)대검 감찰부장을 대리인으로 출석시켜 상면을 피했다.
○…신승남(愼承男)법무부 검찰국장은 3시간30여분의 심의끝에 오후7시 『심고검장이 검찰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도 2차례나 받아 정상참작할 요인이 있지만 워낙 파문이 커 어쩔 수가 없었다』고 침통한 표정으로 면직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사퇴종용이 항명파동의 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두사람이 사소한 시비로 싸움을 벌이면 「누가 많이 다쳤느냐」는 「결과」가 중요하지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느냐」는 참고사항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심고검장은 소명을 끝내고 청사를 떠나며 기자들과 가진 짤막한 일문일답에서 『법률가로서 법률가답게 출석해 소명기회를 갖는 것이 떳떳하다고 생각해 출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징계 불복 여부에 대해 『아직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특히 소장검사들의 「서명파문」과 관련, 『젊은 검사들은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고 슬기롭게 행동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고검장이 징계위에서 기자회견 배경과 검찰이 발표한 향응및 떡값 수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자 위원회는 사건을 수사한 이승구(李承玖)중수1과장 등을 급히 불러 관련 여부를 확인하는 등 모양새를 갖췄다. 심고검장은 소명 때 신경을 곧추세우는 바람에 탈진, 회의실을 나와서도 15분간 차관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청사를 나섰다.
○…오후2시55분 법무부에 도착한 심고검장은 박상천(朴相千)장관과 3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박장관은『나에게 미리 전화라도 했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고검장은 『징계여부와 관계없이 장관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인간적이 아니냐』고 반문한뒤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드렸다』고 말해 다소의 불만도 표출했음을 시사했다.
○…징계위원인 박장관과 최경원(崔慶元)법무차관, 김상수(金相洙)서울고검장,박순용(朴舜用)서울지검장, 신승남검찰국장,김경한(金慶漢)교정국장,이종찬(李鍾燦)대검총무부장중 박장관과 김고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심고검장의 검찰후배들로 선배검사를 떠나보내는 「악역」을 맡은 것을 몹시 곤욕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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