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람들] `사랑과 겸손의 거부'폴 멜런 암으로 사망
1999/02/03(수) 16:54
「인간에 무한한 애정을 보냈고 문화에 한없는 정열을 쏟았던 우리시대의 최고의 자선사업가」 「돈을 값지게 쓸줄 아는 진정한 갑부」. 2일 한사람의 죽음앞에 미국민과 언론의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은행가이자 사업가 폴 멜런은 1일 버지니아 어퍼빌 자택에서 암으로 91년간의 지상의 아름다운 삶을 마감했다.
1907년 피츠버그에서 멜런 뱅크트러스트 소유주인 앤드류 멜런의 아들로 태어난 폴 멜런은 예일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재무장관(1921~31년)과 영국대사(1931~33년) 등 공직생활을 한 뒤 여생을 사업보다는 사회사업과 문화예술후원활동에 보냈다.
그는 64년부터 최근까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세잔, 고흐, 고갱,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 913점을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 기증했는가 하면 1억달러를 들여 이스트윙미술관을 지은 뒤 국가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한 볼링건재단을 설립, 출판·교육사업을 도왔고 수억달러를 환경운동가와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으며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해상공원 등을 지어 주정부에 기증했다.
그는 「사랑과 겸손의 거부」라는 별명처럼 인간관계에서도 따뜻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시를 지어 편지를 대신하기도 했는가 하면 정신질환으로 입원해 있는 당대의 대시인 에즈라 파운드를 맨처음 병문안 한 사람도 바로 멜런이었다. 미국 124위의 재산가보다는 문화와 인간을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폴 멜런의 장례식은 그가 평생 관심을 보였던 워싱턴의 국립미술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배국남기자 knba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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