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 선수는 기상학자
1999/02/03(수) 15:43
크로스컨트리는 눈에 대한 인간의 과학적 도전이다.
선수들이 스키를 신고 정해진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수십㎞ 달려 결승선에 도달할 때면 콧수염 등에 고드름이 매달리고 가뿐 숨을 입김과 함께 토해내 스키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종목이다. 따라서 「힘」에 의해 승부가 나지만 내막을 살피면 각종 과학적 분석에 의해서도 순위가 달라진다.
2일 남자 40㎞ 계주서 동메달을 딴 한국 크로스컨트리 간판 박병철(27)은 『크로스컨트리 선수는 필수적으로 기상학자여야 한다』며 『그날의 기온 습도 날씨등 기상 상태에 따라 스키를 고르고 플레이트에 왁스칠 하는 준비 방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살피는 요소는 역시 눈. 크로스컨트리 선수는 3가지로 나누어 레이스를 대비한다. 금방 내린 눈은 잘 미끄러져 강도가 제일 약한 소프트 스키를 신는다.
플레이트 가운데가 최고 2㎝가량 위로 휘어져 있는데 소프트스키는 플레이트가 눈과 밀착돼 스피드를 내는데 효과가 탁월하다. 반면 바닥 왁스는 뒤로 밀리지 않도록 칠하는 것이 포인트.
두번째로 물기가 많은 습설, 즉 내린지 며칠지나 밟으면 물이 배어나오는 눈일 경우 미끄럼이 덜해 강도가 중간인 미디엄 스키를 신는다. 언덕을 달릴때 마찰력이 적어 체력 소모가 줄기 때문.
인공 눈과 같은 빙설에서는 플레이트가 눈과 접촉이 가장 덜한 강한 하드스키를 신는다. 눈의 얼음 알갱이때문에 칠해진 미끄럼 왁스가 손상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병철은 『개인적으로 25개의 스키를 종류별로 준비하고 있으며 경기 당일 스타트 시간보다 3시간전에 경기장에 도착, 코스를 돌면서 눈과 기상 상태를 최종 점검해 스키를 고르고 두시간이상 정성 들여 왁스칠을 한다』고 말했다.
/용평=장래준기자 raju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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