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회의] 검찰간부 퇴장후부터 토론 활기
1999/02/03(수) 00:00
「심재륜(沈在淪)파동」에 이어 소장검사들의 「연판장 파동」까지 휩쓸고 지나간 2일 검찰에는 하루종일 칼날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 수뇌부는 전날인 1일 오후 연판장 서명작업을 중단시키고 이날 「전국 검사회의」를 여는 등 긴급진화에 나섰으나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타오른「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사태수습을 위해 긴급히 열린 「전국 차장_수석검사 회의」는 외부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채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당초 오후 1시30분께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날 회의는 호남지역 폭설로 전주·대전지검 검사들의 참석이 늦어지는 바람에 1시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5층 회의실로 속속 입장하는 100여명 검사들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서려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대검 이원성(李源性)차장검사는 서두에 『이 자리에서의 발언으로 인해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을테니 최대한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당부한 뒤 『단 검사의 명예를 걸고 오늘 논의된 내용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자』며 철저한 입단속을 시켰다.
원론 수준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회의는 오후4시50분께 『고위간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는 직언(直言)을 할 수 없다』는 의견에 따라 이차장검사를 제외한 검찰간부들이 회의석상을 비워주면서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 간간이 격앙된 목소리가 바깥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이에앞서 오전9시께 김윤성(金允聖)공보관을 통해 『소장검사들이 연판장 제출 결정을 철회한 뒤 문건을 파기했다』고 서둘러 발표한 뒤 오전10시 주례보고를 하러온 박순용(朴舜用)서울지검장에게서 사태의 내용을 보고받고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일선 검사들도 이날 출근한뒤 삼삼오오 모여 언론에 대서특필된 「연판장 파동」관련 기사를 돌려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서명에 참여한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수뇌부가 진정으로 검찰 일선의 의견을 수렴할 뜻이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며 『오늘 회의 결과에 따라 성명서 발표 등 또다른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여전히 폭발가능성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한 부장검사도『소장검사들이 오죽하면 집단행동으로까지 나섰겠느냐』며 『검찰이 살아남는 길이 무엇인지 수뇌부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동조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같은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일부 검사들은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검사는 『어제 오후 늦게 한 검사가 문건을 들고 찾아와 서명 여부를 결정하라고 해 거절했다』며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사건으로 검찰이 안팎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을 벌여 조직을 흔들거나 무너뜨려서는 안된다』고 못마땅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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