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세계경제 비관을 경계하자
1999/02/02(화) 17:03
연초부터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브라질 사태를 해부해 보자. 브라질은 재정적자로 경제가 파탄에 처하자 대외신인도의 하락에 따른 외자유출로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감소하게 되었다. 자력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브라질 정부는 IMF에 금융지원을 신청하였고, 이미 작년 12월에 90억달러를 제공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미나스 제라이스 주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다시 사태는 반전되어 외자유출이 급증하자, 환율방어에 한계를 느낀 브라질 정부는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였다. 이후 사태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시장의 불안심리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의 외환위기는 80년대 암울했던 잃어버린 10년이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국민적 의지가 결집되지 못하고, 중앙정부와 주정부간의 반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제위기는 어떠한 거시경제처방으로도 효과가 없다. 이는 브라질 주정부가 중앙정부의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내외 부채를 갚아나갈 의지가 없는 한 재정개혁도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브라질경제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환율이 자유변동환율제 실시로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지만, 재정개혁이 성공한다면 곧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여야간의 정쟁은 국가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브라질의 파국은 중남미 경제의 궁핍화를 가져올 것이다. 다만 중남미는 아시아에 비해 금융부문이 비교적 건실하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반정도에 불과하며, 교역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설사 브라질사태가 파국으로 끝난다 할지라도 세계경제위기가 더 이상 확산·심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은 얼마만큼 불안한가? 최근 광동투자신탁공사의 파산은 중국정부의 부실금융기관 처리의 시발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국금융기관 전체 자산의 3%에 불과한 투자신탁공사는 중국금융기관 부실화의 대명사이다. 현재 240여개의 투자신탁공사가 40개로 정리될 예정이다. 특히 중앙정부는 금융개혁과정에서 부실화를 조장한 지방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책임을 추궁할 것으
로 보인다. 금융개혁이 신용경색을 야기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인플레 압력이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신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힘이 막강하고 통제된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 직접투자 세계2위, 1,45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낮은 단기외채 등 외환위기의 징후가 거의 없다.
엔화 가치가 갑자기 폭락하지 않는 한 현재 인민폐도 크게 고평가되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중국은 경제적 실익이 별로 없는 인민폐의 평가절하를 당분간 실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을 매우 곤경에 빠뜨리게 하는 조치, 예를 들면 미국의 대중국 최혜국대우 연장 취소와 같은 조치가 발생한다면 중국은 평가절하라는 불가피한 수단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경제위기의 종점은 아마도 브라질이 될 것 같다. 터어키,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의 부도사태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미국증시의 붕괴가능성을 예견하는 이들도 있지만, 미국경제의 작년 4·4분기 성장률은 월남전 이후 최고치인 5.6%이다. 미국경제는 분명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거없는 비관론이 가져다 줄 자기실현적 기대야말로 세기말의 세계경제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왕윤종·王允鍾·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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