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 불똥 튄 법원 '뒤숭숭'
1999/02/01(월) 16:57
1일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사건 수사결과 법관 5명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자 법원은 당혹감과 함께 파장 확산을 막기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에 파견중인 Y 고법 부장판사와 향토법관인 L 고법 부장판사 등 고위직들이 포함돼 이번 사건이 판사 8명의 옷을 벗긴 「제2의 이순호(李順浩)변호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 이번 주말까지 사실 확인을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검찰 통보내용이 이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개략적인 금품수수 혐의만을 나열한 것이어서 사실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행정처 김동건(金東建)기획조정실장은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판사들의 혐의내용은 A4용지 1장에 적힌 이변호사의 진술 몇줄이 전부여서 현재로선 사실관계를 특정하기 어럽다』며 『특히 기초사실 확인결과 이변호사의 진술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것도 많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현재로서는 『진상조사가 끝나봐야 징계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론만 표하고 있으나 실제 금품 수수사실이 확인될 경우 강경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혐의가 있는 검사장과 차장검사에 대해 사표를 받거나 징계처리한 검찰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관(尹 )대법원장도 이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조사한뒤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법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방법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이번 수사결과를 두고 법원과 검찰의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은 검찰수사 결과 금품수수가 드러난 5명의 판사들이 당초 이변호사의 사건수임 명부에서 거명됐던 판사들과 전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에서 자신들의 비리에 대한 비난여론을 물타기하기 위해 판사들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캔 결과라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한 판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출신 변호사의 수임비리인데도 판사들의 떡값이나 전별금에 초점을 맞춘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청산한다는 방침하에 판검사의 금품과 향응를 구별 없이 조사한 것 뿐』이라며 『법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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