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HIV감염기원 확인… 치료 길열리나
1999/02/01(월) 18:27
-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연구발표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지도 모를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에이즈 항원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기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미 앨라배마대학의 베아트리체 한 박사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HIV는 침팬지로부터 인간에게 이종(異種) 감염된 것임을 밝혀냈다고 미 언론들이 31일 일제히 보도했다.
한 박사는 85년 미공군의 영장류센터에서 새끼를 낳다 죽은 「마릴린」이라는 팬 트로글러다이트 침팬지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침펜지의 에이즈 바이러스인 SIVcpz(Simian Immunodeficiency Virus chimpanzee)가 검출됐고 이것이 인간에게 옮겨지면서 HIV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박사는 침팬지에서 SIVcpz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고 분자분석법으로 정밀검사한 결과, 세 개의 샘플이 HIV와 매우 흡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SIVcpz에서는 VPU라는 유전자가 검출됐는데 이는 HIV를 구성하는 중요한 유전자다. 그동안 학계에서 HIV와 비슷해 감염원으로 보았던 아프리카 원숭이의 에이즈 바이러스인 SIV에는 VPU가 검출되지 않았다.
한박사는 SIVcpz가 있는 침팬지를 사람이 도살하거나 먹으면서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침펜지가 문제의 바이러스를 수십만년동안 갖고 있으면서 발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의 케빈 디코크 박사는 『SIVcpz가 있는 침팬지가 발병하지 이유를 밝혀내면 이것이 곧 인간 에이즈 치료에 이르는 비결』이라며 『이번 연구는 에이즈 치료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SIVcpz가 검출된 아프리카산 침팬지 네 종류의 하나인 팬 트로글러다이트는 주 서식지가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적도기니 등이다. 이 사실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최초의 HIV 사망자의 거주지역과 일치하고 있다.
에이즈 연구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호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59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의 반투족 남자(39)가 HIV로 사망한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최초의 HIV 사망자라고 95년 발표한 바 있다.
/배국남기자 knbae@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