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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4명의 희생양(홍선근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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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4명의 희생양(홍선근 경제부차장)

입력
1999.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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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맥주처럼 맥빠진 청문회가 진행중이[다. 질문자나 답변자나 모두 그 시간, 그 자리를 개인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파와 이해관계를 떠나 사실적으로 말을 뱉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환란」은 그저 국회의원과 증인, 참고인에게 청문회를 가능하게 만든 커다란 재료일 뿐이다. 청문회는 더 커다란 서글픔만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당초에 무엇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모았던 과거의 5공 청문회가 구체적이고 확실한 비리를 지니고 있던 것에 비해 이번 청문회는 매우 기술적이고 막연한 정책을 다룬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는 영 글러먹은 일이었다. 정책이란 미꾸라지와도 같은 존재다. 증인들은 일부 국회의원들의 무식함을 나무랄 정도로 당당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책적 실력으로 그것을 제지할 만한 국회의원은 또 없었다.

새길만한 대목이라고는 귀를 씻고 다시 들어도 찾기 힘든 공허한 「말잔치」가 화면에서 계속 진행되는 동안 화면 바깥에서는 환란의 실질적 희생양 4명에게 예정된 대로의 마지막 끝내기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초 과거 재경원의 과장이하 직원 4명에게 감사원이 환란감사를 벌인 결과 「해임권고」 결정을 내려 2일 최종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들 4명은 눈으로는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귀로는 자신들의 공직생활을 마감시킬 일종의 사형집행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강경식 전부총리나 김인호 전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책의 주역이었다. 잘하면 그들의 공이요, 못하면 그들의 과임이 당연하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왜 파편을 맞아 희생돼야 하는지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주역들이 과를 다 뒤짚어 쓰고 실무자들이라도 살려야 하는 게 도리일 텐데. 그들은 그런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는 기색이다. 장수들의 버티기에 괜히 실무자들만 환란이 아닌 다른 죄목으로 공직에서 쫓겨날 판이다. 감사원 역시 환란의 희생양을 찾아 이들에게 「옛날방식」으로 날벼락을 내렸다. 이렇게 해서 희생양이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현재 수준이다. 희생양을 만드는 사회를 누가 끝낼 것인지. gras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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