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3김(金)시대」가 열렸다. 「50대 기수론」도 등장했다.주인공은 김진만(金振晩)한빛은행장,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 김승유(金勝猷)하나은행장.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은행권에서 관행과 제도의 변혁을 이끌고 있는, 이른바 「김행장 트리오」다.
우선 김진만행장. 한미은행장에서 국내 최대 한빛은행장으로, 일약 「한국을 대표하는 뱅커(Banker)」가 됐다. 인사 여신 등 은행장의 무소불위적 고유권한을 위원회로 넘기고, 임원진을 언제라도 바꿀수 있는 「비등기」이사로 구성하는 등 지배구조를 뜯어 고쳤다. 스스로 흰 와이셔츠를 컬러 와이셔츠로 바꾸는등 은행의 보수적, 경직적 풍토도 바꿔나가고 있다.
김정태행장. 월급 1원의 스톡옵션(자사주식매입권)도입, 전용엘리베이터 및 간부식당폐지, 지점장실 폐쇄, 발령장 수여식생략등 취임초부터 계속된 파격행보에 끝이 없다. 최근 「갑=은행」「을=고객」으로 되어있던 은행 계약서를 「갑=고객」「을=은행」으로 바꾼 것은, 비록 작지만 「고객우선주의」경영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외국투자자들도 이를 높이 평가, 주택은행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주택은행을 사는게 아니라 김정태를 사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김승유행장은 선진 은행경영자의 전형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늘 수위를 달리는 경영지표가 말해주듯 철저한 상업주의로 무장됐으면서도 문화예술 사회봉사등 공익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차원 높은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엔 대리 과장급을 사실상 경영에 참여시키는 「주니어보드(청년이사회)」제를 도입, 은행경영에 또한차례 새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3김」이 항상 변화의 진원지가 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젊다는 공통점이 있다. 30년대 출생이 은행장의 주류를 이루는 풍토에서 김진만행장은 57세, 김승유행장 56세, 김정태행장은 「겨우」 52세로 확실한 「영 리더」다. 젊은 만큼 사고도 신선하다.
「골수 은행원」이 아니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김진만·김정태·김승유행장은 각각 종합금융 증권 투자금융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제2금융권 출신들이다. 수익에 민감하고 변화에 탄력적인 제2금융권식 경영감각 덕분에 요즘처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선 정통 은행출신보다 적응력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진만행장은 경북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법대, 김정태행장은 전남출신으로 광주일고와 서울대상대, 김승유행장은 강원출신으로 경기고와 고려대경영학과를 나온 것도 흥미롭다.
물론 3김행장에 대해 「아직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행장 혼자만 뛴다」는 유보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장흐름을 확실하게 읽고, 그래서 흐름을 주도하며 정체된 은행권에 활력소를 넣고 있음엔 틀림없어 보인다.
3김행장이 3년후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성철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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