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가 신음하고 있다. 최근 1~2년사이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가 속출하고 「IMF 휴학생」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취업전망이 좋은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해 가는 지방대생들이 크게 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지방대는 재단분규, 무리한 캠퍼스 신·증축 투자 등까지 겹쳐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우선 지방대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화」현상. 불과 수년전만해도 국내 4년제 대학이 모집정원을 채우지못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나 지난에는 대부분의 비대도시권 지방대가 심각한 미달사태를 겪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98학년도 대학입시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하지 않은 신입생의 수가 9,740명에 이르렀으며 이중 지방대학의 결원(8,971명)은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의 11배를 넘었다. 이같은 무더기 결원으로 작년 전국 대학의 등록금 납입 부족액은 총 450억원에 이른 것으로 대교협은 분석했다.
이같은 지방대 공동화는 무엇보다도 수도권 야간정원 자율화 등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진 편중된 교육개혁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97학년도부터 시행된 복수지원제에 따라 지방대학의 등록포기 학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지방대로 갈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유입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또 수도권정비법의 헛점을 이용해 수도권에 신학교 등을 설립한뒤 4년제 대학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등장, 수도권의 정원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98년 현재 경기지역 소재 21개 대학들 가운데 6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신학교→신학대학→신학대학교→종합대학의 수순을 밟았거나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경우 서울지역 대학수는 전체 대학의 약 41.3%에 이르고 있다. 98년 현재 서울지역에만 4년제 사립대학이 38개, 인천 경기에 26개가 몰려있는데 이는 전체 사립대의 49.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대학정원자율화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초과수요 상태인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지방대학들은 공동화에 따른 연쇄적 부도의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한다.
지방대 공동화를 초래하는 또하나의 원인은 편입학 모집정원 확대정책이다. 대량 편입학 사태는 교육부가 지난 96년부터 학과별 여석산정을 종래 재적기준에서 재학기준으로 바꾼데 따른 것이다. 제적 퇴학 등에 따른 결원만을 빈자리로 인정하던 것을 군입대 등에 따른 휴학인원까지 확대해 전체적으로 편입학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96년 3만8,751명이던 편입학 모집정원은 97년 5만96명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는 무려 7만8,000여명에 이르렀다. 편입학 확대는 결국 지방대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대거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경북영주시의 동양대에서 펴낸 「교육개혁, 이대로는 안된다」에 따르면 97년 전국 대학교 일반 편입학 모집결과에서 서울은 미달된 경우가 종교관련 학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비대도시권 지역대학들에 있어서는 미달되지 않은 대학은 청주대 하나뿐(그나마 경쟁률은 1.4대1에 불과)이었다. 전주 O대학의 경우 작년 3월 현재 전체정원 8,040명 가운데 2,500여명이 휴학했으며 160명이 편입학 등을 이유로 자퇴, 정원의 35%가량이 학교를 떠났다. J대학은 97년 휴학생이 3,100여명이었으나 작년 상반기에는 3,600여명으로 500여명이 늘었으며, W대학도 97년 휴학생 167명에서 작년에는 416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각 지방대는 등록금 손실에 따른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동양대의 분석에 따르면 학생결원으로 인해 경북의 비대도시권 대학들의 경우 매학기당 1억2,000여만원, 광주는 8,000여만원, 제주는 1억5,000여만원 전북은 2억8,000여만원, 전남은 5억여원으로 추정되는 비용부담을 지고 있다. 이같은 비용부담은 전남이 서울의 107배, 인천의 166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행히 교육부는 올해부터 편입학의 규모를 크게 줄일 방침이라고 밝혀 지방대 재정에 숨통이 트였다. 3월부터 2학년 편입학이 전면 금지되고 편입학 정원을 결정하는 결원의 기준도 학적 보유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하는 등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러나 이같은 편입학 제도 손질만으로 지방대의 위기가 해소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3년에는 절대 학생수가 현재보다 10만여명이상 감소하면서 상당수 지방대는 존폐위기에 처하게 됐다.
5공이래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지방대학들이 엄청난 시설투자를 해놓고도 기존 명문대 인기학과의 벽을 넘지 못해 학생 정원을 채우는 일조차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에 시장경제 논리를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있는 현행 교육개혁방안이 재고되지 않는다면 결국 대부분의 지방대는 회생불가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남대희기자dhna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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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립위기 지방사립대 현황
부산지역의 신생 대학에 속하는 A대학은 올해도 휴학생이 급증하고 타학교로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집안단속을 하느라 총비상이 걸렸다. 전체 재학생중 30%가량이 휴학중인데다 3월초 신학기에도 많은 학생들이 등록을 포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다수 대학이 지난 해 보다 10%가량 늘어난 3,800여명의 편입생을 모집키로 함에 따라 상당수 학생이 타대학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돼 긴장감 마저 감돌고 있다.
특히 등록금이 싼 국립대에서도 최근 일반편입생 모집을 추진하는 바람에 여타 사립대들이 힘을 합쳐, 겨우 무마해 놓은 상태지만 언제 다시 이같은 상황이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안심을 못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올해 이미 고교졸업생 보다 대학 모집정원이 많았고 2000년대에는 공급초과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휴학생 급증, 타대학 편입등 악재까지 겹쳐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문을 닫은 사학이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도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구권 대학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정난에는 예외가 없다. 경제난에 따른 등록률 하락과 등록금 동결로 대부분 대학이 올해도 긴축재정 편성이 불가피하고 일부 대학은 지난해부터 학교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1월중에 5,000여명의 편입생을 모집할 계획이지만 학사편입이 거의 없고 일반편입도 상당부분 미달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000명을 채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세가 약한 대학은 편입에 따른 유입보다 유출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재정난도 가중될 전망이다.
A대학은 지난해 편입과 휴학등으로 재학생이 대거 빠져나가 3, 4학년은 학과별로 정원의 절반도 남아 있지 않고 일부 비인기학과는 학과 존폐의 기로에 설 정도다. 신규투자를 중단하고 비용을 줄이는등 긴축재정으로 1년을 버텼지만 올해도 다른 대학 편입을 위한 관련 증명서 발급요청건수가 지난해 수준을 넘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구시내 한 입시학원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재학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비인기학과의 재학생 등록률은 더욱 하락하고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 A대 김모(45)교수는 하루 일과가운데 「전화걸기」가 주요업무다. 올 신학기 강의준비는 안전에도 없다. 김교수 주요업무는 자신이 담당하는 과 합격자 가정마다 전화를 걸어 반드시 등록해달라며 「애원」하는것이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인문계 고교는 물론 시·군단위 실업계 고교까지 찾아다니며 신입생 유치에 나섰던 김교수는 자신이 교수인지 개인회사 영업사원인지 분간할수 없다고 푸념한다.
광주 B대. 이 대학은 각 학과 교수들이 지원자들에게 면접참여를 독려하는 전화에 이어 합격자는 물론 예비 학부모에게 등록을 간청하고있다. 이 대학은 또 합격자의 거의 절반인 1,200여명에게 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키로 하는 등 학생 모시기에 총력을 펴고있다.
광주 D대학교수들은 신학기부터 월급을 제대로 받을 지 걱정이다. IMF영향도있겠지만 지난학기에 전체 재학생의 30%가량이 등록을 하지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광주·전남지역 대학과 전문대의 모집정원은 6만7,000명이나 고교졸업생은 6만2,000명에 불과하다. 상위권 학생들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지역으로 진학한것 등을 감안할때 각 대학의 정원미달은 불을 보듯 훤하다.
/부산=한창만기자cmhan@hankookilbo.co.kr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kr광주=송두영기자 dy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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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협의회 사무총장/이현청
지방 소재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 마디로 지방대학이 무너져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입생 등록률 저조와 편입학을 통한 재학생의 유출로 심각한 재정난을 맞고 있고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와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1998년 신입생 1차 등록률이 50% 미만인 대학이 29개교였고 1999년 신입생 모집에서 지원자가 정원의 50∼60% 밖에 되지 않은 대학이 11개 대학이나 된다.
이렇게 지방 소재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근본 원인은 학생 수 감소, 재정적 빈곤 그리고 수도권 유입에 따른 공동화 현상 때문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이고 종합적인 극복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첫째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의지가 필요하다. 지방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 재정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직접 지원 이외에 장학금이나 특수 목적을 위한 시설설비 등의 간접 재정지원이 요구된다. 정부 교육예산중 일정부분을 지방대 육성 예산으로 할당해야 하며 지방 정부도 지방 소재 대학 육성을 위한 재정지원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두째 학생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학 전체 차원에서 틀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서울에서 거리가 떨어진 대학일수록 미충원이 많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 지상주의 사고에 의한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중앙집권체제를 지방화 육성체제로 꾸준히 전환시켜야 한다.
세째 지방대학생들의 취업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대 졸업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선의의 경쟁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경우가 허다한 점을 감안하고 별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화 거점중심대학을 육성하고 지역대학간의 컨쇼시움형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네째 지방대학 스스로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환경과 사회적 요구와는 동떨어진 백화점식 학과 분포와 대규모 종합대학의 이상을 버리지않는 한 지방 소재 대학들의 위기는 극복하기 힘들다. 정원정책에 있어서도 대학 스스로 양적 성장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전제로 지역 경제와 지역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 더 치중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양적 성장만을 추구할 때 폐교 학교 수만 증가시킬 것이다. 교과과정의 대개혁, 전공과 학과의 재편, 교수방법의 개발, 지역 특화 연구의 추진, 지역간 풀제 도입에 의한 경쟁력 제고 등의 구조적 개혁과 함께 대학 구성원들의 소속대학 육성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대학에 학생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할 것만이 아니라 외국학생 유치와 함께 지역중심의 학생 유치 전략과 성인학습자를 중심으로 하는 평생 고등교육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방대학 위기극복방안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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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찬바람에 독감걸린 대학촌
지방대학의 공동화 현상은 인근 대학촌에도 극심한 한파를 몰고왔다. 대학이 활력을 잃으면서 지역경제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97년부터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양읍사무소와 함께 하숙생 알선을 하고 있는 전남 광양시 N대학과 H대학.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이들 대학주변에는 대규모 하숙촌이 형성돼 지난해 12월말까지만해도 모두 123가구에서 610명의 하숙생을 유치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원룸으로 들어가거나 월세자취로 전환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신학기를 대비해 방을 늘리거나 주택을 개조했던 일부 하숙집들은 H대학이 올해 신입생마저 뽑지않은데다 휴학·편입생들이 급증하자 할 수 없이 하숙비를 몇만원씩 내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정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일부 하숙집들이 하숙을 포기하거나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 지난해보다 40% 이상 하숙집이 줄어들 것으로 대학측과 광양읍사무소는 파악하고 있다.
대구근교 A대학앞. 지난해 지은 원룸아파트에는 「입주자 모집」이라는 빛바랜 플래카드가 겨울바람에 내내 울고 있다. 10여개의 방 가운데 절반 가량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축주는 『몇년전 원룸 바람이 불때 1억원이 넘는 빚을 내 집을 지었는데 경제난으로 예전에는 자취나 하숙을 하던 학생들이 통학을 하거나, 중도에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임대가 되지 않는다』며 『자칫 건물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산시 영남대 앞과 대구효성가톨릭대와 경일대등이 있는 하양읍에도 세를 놓지 못한 원룸아파트가 허다하다. 일부는 임대가 되지 않아 건축주가 부도를 내고 도주, 세입자가 임대보증금을 날리는 일도 생겼다.
27일 낮 12시 부산 B대학 구내식당에는 방학중인데도 학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여파로 매일 도서관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학생들 대부분이 1,000원 짜리 국밥으로 점심을 때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인근 음식점들은 사실상 철시상태로 개학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식당주인 이모씨(57)는 『방학에 아무리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들락거려도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학기가 시작해도 형편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부산=한창만기자 cmhan@hankookilbo.co.kr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ilbo.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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