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서울대병원 새바람
1999/01/30(토) 18:55
서울대병원이 의료수준에 관한한 국내최고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을 별로 없다. 그러나 서비스측면에서는 최하위권이라는 것도 「정설」에 가깝다. 오죽하면 입원·응급실·진료예약 적체라는 「3대 악명」까지 있을까.
그러나 29일 서울대병원 강당에서 열린 장기발전전략 「비전21」선포현장은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발전전략보다도 박용현(朴容日+玄)원장의 통렬한 자기비판이 더 관심을 끌었다. 『서울대병원, 아직 멀었습니다. 현재대로라면 서울대병원의 미래는 없습니다』
『병원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곳곳에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박원장은 대표적인 예로 「So What? 신드롬」을 들었다. 비판에 대해 『그래서 어쨌다는거냐』는 반응이다. 개혁에 냉소적인 이들에게 박원장은 한사람 잘못이 99명의 친절을 도로(徒勞)로 만든다는 「100-1=0」이란 셈을 가르쳤다.
사실 지난해 6월 취임이후 끊임없이 계속돼온 박원장의 변화요구는 권위에 안주해온 서울대병원에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직원들은 그동안 박원장으로부터 「하이트」맥주의 성공담을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형들이 경영하는 두산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박원장이 당시 부동의 1위에서 밀려났던 OB맥주의 뼈아팠던 경험을 병원에 접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작은 성과들이 나타나 간호부에는 「눈높이 대화」같은 민원발생 최소화 10계명이 붙어 있고 진료환경개선팀들은 지난해부터 삼성서울, 서울중앙, 인천길병원 등에서 환자로 위장, 앞선 서비스를 배우고 있다. 불만이 있어도 그저 속으로 삭이던 환자와 보호자들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친 고 박두병(朴斗秉)두산그룹 회장의 권유로 다른 형제들과 달리 의술의 길을 걸어온 박원장. 그가 일으킨 신선한 바람이 다른 대학병원에도 번져가기를 기대한다. 이태규 사회부기자 tg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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