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변호사는 저승사자?
1999/01/29(금) 15:13
「이종기(李宗基)변호사는 저승사자(?)」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과 이 사건 수사팀장을 맡고있던 대전지검 이문재(李文載)차장검사 등 예상치 못했던 관련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변호사의 「입」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있다. 검찰도 공공연히 밝히고 있듯 물증이 없는 이 사건은 이변호사의 진술에 의존해 「연루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때문에 당사자들은 물론 검찰 주변에서 조차 『이변호사가 평소 자신에게 밉보인 사람만 골라 폭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기리스트」에 오르거나 대전지역을 거쳐간 판·검사들은 『혹시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이 튀어 나오지나 않을까』 『이변호사에게 잘못 보인 일은 없을까』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사상 초유의 항명파동을 일으킨 심고검장도 27일 성명서에서 『심리적 공황상태에 있는 이변호사의 일방적 진술에 의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판·검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대는「마녀사냥」식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이변호사가 「입맛」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한 흔적은 역력하다.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검사는 심고검장 폭탄발언 직후 『이변호사가 폭탄주를 좋아하는 심고검장때문에 병원에 갈 정도로 몸까지 버려가며 술접대를 했는데 심고검장이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고 잡아 떼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수사결과발표 시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변호사가 「또 다른 인물」을 폭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검찰 수뇌부는 오히려 이변호사의 법정진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재판과정에서 새로운 이름이 줄줄이 드러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검찰 수뇌부를 겨냥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표적수사 시비는 물론 재수사 여론까지 들끓어 「심재륜 파동」못지않은 파장이 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변호사가 최근 『훗날 법조비리에 대한 자서전을 쓰겠다』고 심경을 밝히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4~5년전 사건이라도 「의뢰인이 누구였으며 사건을 소개한 검사가 어떤 주문을 했는지」까지 생생하게 진술할 만큼 기억력이 탁월한 이변호사가 자유로운 몸이 된다면 검찰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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