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원 불구속기소] 여야 합작품
1999/01/29(금) 18:23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여야 비리의원 9명에 대한 검찰의 29일 불구속기소는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까지 「방탄국회」소집으로 버텨 왔고, 여당은 겉으로는 야당을 비난하면서도 이면에서는 불구속기소를 은근히 검찰에 채근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측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검찰을 불구속기소쪽으로 유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조치가 품고 있는 정치적 의미중 첫째는 여야의 최대 쟁점현안중 하나가 해결됐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총재·총무등 거의 모든 대화채널을 동원, 여당측에 비리의원들의 불구속을 요구해 왔다. 소속의원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의 숙제를 여권이 해결해 준 셈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를 여야 총재회담등 정국 타결의 지렛대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총재로서는 측근인 서상목(徐相穆)의원문제가 미제로 남아 있는 점을 부담으로 여길 수도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이다.
불구속기소와 정계재편의 함수관계도 관심거리. 특히 구속의 족쇄를 면하게 된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전부총재는 이미 28일 영남·보수신당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상태. 김전부총재측은 『검찰의 수사결과 자체를 수용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불구속도 당연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조치와 상관없이 허주(김전부총재 아호)는 자신의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이와함께 전정권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의원이 불구속기소된데 대해 『상도동측에 보내는 현여권의 화해 제스처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상도동과의 전선(戰線)을 되도록이면 줄이겠다는 여권의 희망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한편 서상목의원의 불구속 제외 방침에서는 세풍사건을 이회창총재에 대한 견제 카드로 계속 가지고 있겠다는 여권의 의도가 엿보인다. 『서의원 문제는 이총재에게 가장 「절박한」사안중 하나이므로 여야 총재회담 협상의 일괄타결 대상으로 따로 남겨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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