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동양 연패' 마지막 비상구는?
1999/01/29(금) 16:10
97~98 시즌을 마친 뒤 동양은 두갈래 길 앞에 섰다. 팀 주축들의 병역문제였다. 「따로따로 군대에 보내 그저 그런 성적으로 네시즌을 보내느냐」, 「한꺼번에 보내 두시즌은 망치더라도 이후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느냐」. 힘든 선택이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동양은 후자를 택했다. 김병철 김광운 정재훈은 상무 유니폼을 입었고 전희철은 공익근무요원이 됐다. 동양은 내친김에 98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서 뽑은 루키 박재일마저 상무로 떠밀었다.
그러나 선택의 대가는 혹독했다. 지난 시즌 SK의 11연패를 훌쩍 뛰어넘더니 28일 미프로농구(NBA)의 한시즌연패기록(23연패)과 타이를 이뤘다. 29일 현재 2승26패로 승률 0.071.
엎친데 덮친다고 용병농사마저 흉년이었다. 센터로 뽑은 그렉 콜버트는 시즌 초반 동양의 버팀목노릇을 잘 해냈다. 리바운드, 볼피딩, 슈팅력 등 센터의 덕목을 고루 갖춘 특급용병이었다. 콜버트를 축으로 팀전술을 짰고 힘겹지만 초반 레이스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콜버트가 훌쩍 미국으로 달아났다. 속절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드로 뽑은 존 다지는 10개구단 용병 가운데 최하위수준. 긴급 수혈한 자바리 마일스도 기량이 턱없이 모자랐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지만 코칭스태프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올스타전 이후 치르는 다음달 4일 대우전과 6일 나산전이 동양에게는 마지막 비상구다. 두 팀은 모두 해볼 만하다. 1라운드서 두 팀을 상대로 한 경기씩 건졌다. 이 마저 놓치면 올시즌 「동양은 없다」. 이후부터는 현대 기아를 비롯해 삼성 나래 등 넘기 힘든 벽이 차례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동양선수들은 이제 코트에 나서는 것이 두렵지 않을지 모른다. 이미 지는 것에 이골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은 두렵다. 그들의 경기가 투혼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패배」가 아니라 하루 세끼 밥을 먹듯 「일상화한 패배」가 될까봐, 그렇게되면 눈물마저 말라버릴까봐 무척이나 두렵다.
/최성욱기자 feelcho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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