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 "미주도 세계화, 폐해를 경고한다"
1999/01/29(금) 17:45
미국의 자본과 규범이 주도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세계화)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세계 규범)를 무기로 국경없는 자본 이동과 상품 교역의 완전한 자유화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는 무차별한 자본의 흐름 앞에 휘청거려야 했다. 세계화는 그러나 19세기의 산업혁명과 같이 이제 더이상 그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실체가 됐다. 28일 스위스에서 개막된 다보스 포럼은 세계화의 역효과를 경고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인간의 얼굴을 지닌 세계화가 필요하다』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시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쉬밥은 개회 연설 서두부터 세계화의 윤리성을 역설했다.
29차 다보스 포럼의 공식 주제는 「책임있는 세계화_세계화 충격의 관리」. 냉전구도의 붕괴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폐해를 다분히 의식한 주제 설정이다.
이번 회의는 초반부터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심축을 이루는 현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8개월동안의 혼란은 세계경제의 구조적 혼란을 반영한다』(클라우드 스마자 WEF 사무총장), 『국제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우선 미셸 캉드쉬 IMF총재부터 해임해야 한다』(루디 돈부시 MIT 경제학과 교수).
물론 미국의 경제 패권주의를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화의 책임 및 윤리」등이 화두에 오른 것은 명백히 미국이 엔진 구실을 하는 현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석학들은 특히 향후 세계 경제에서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할 미국이 오히려 「블랙 홀」이 될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은 심화하는 미국의 무역적자의 여파로 미 달러화가 유로화 및 엔화에 대해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3개 통화간의 급격한 변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변동폭이 설정된 환율제(managed flexibility)」를 제안했다.
또한 개도국 일부에선 금융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세계를 「카지노 자본주의화」 하고 있다며 미 월가를 중심으로 한 투기자본의 통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는 노골적인 반미 성향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 재무관 등 미국에 껄끄러운 인물들도 대거 참석, 미국자본에 대한 성토장이 될 것 같다.
/이상원기자 sw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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