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파동] 법원도 속탄다
1999/01/29(금) 17:38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이 심재륜(沈在淪) 파동으로 이어짐에 따라 향후 법원에 미칠 영향과 법원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홍(內訌)을 겪으면서 희생양을 만든 만큼 법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공식견해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검찰에게서 이종기변호사 수임비리 사건과 관련된 판사들의 비리내용을 통보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관징계법과 법관윤리강령에 따라 비위사실이 드러난 판사들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은 일찌감치 세워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이종기리스트에 오른 판사 6명의 경위서를 받아놓고 검찰에 수사결과 통보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비리내용의 통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변호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판사는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종기리스트에 오른 판사들은 대부분 이름을 도용당했거나 금품수수와는 무관한 사안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금품수수가 드러난 판사들도 대부분 관례적인 전별금을 받았으며 이미 징계시효도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해 법원 또는 법관으로서의 위신을 실추시켰더라도 징계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면 징계할 수 없게 돼있다.
대법원은 이때문에 징계시효가 지난 판사들에게 무리한 처벌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론에 떠밀려 무리한 사표종용에 나설 경우 심재륜파동과 같은 판사들의 반발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검찰수사결과 징계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안이 드러난다면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해 의정부지원 사건이후 법관윤리강령이 새로 정비된 이후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중징계 할 수 밖에 없다. 대법원이 이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법원 수뇌부는 그러나 법원의 처리결과가 검찰의 조치보다 소극적으로 나타났을 경우 쏟아질 여론의 질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일부 판사들을 희생양으로 만들 수도 없는 처지여서 이래저래「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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