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MBC `휴먼다큐... ' 첫 방영
1999/01/28(목) 17:29
기대만큼 아쉬움도 큰 것일까. 27일 오후7시30분 첫방송된 MBC 「휴먼다큐, 우리는」(총괄연출 윤영관). 평범한 우리 이웃의 삶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던 휴먼다큐멘터리 「인간시대」(85~93년)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하지만 소재는 안이했고 감동은 약했다.
프로그램은 「인간시대」에서도 내레이션을 맡았던 성우 배한성씨의 차분한 음성으로 시작됐다. 첫회 주제는 「탄생」. 위암환자 이순자씨가 두 차례의 유산끝에 딸을 출산한 사연과, 평범한 임산부 양유경씨가 7시간29분의 산고끝에 딸 아이를 낳는 과정을 다뤘다. 갓 태어난 아이의 작고 예쁜 다섯손가락을 만지며 울음을 터뜨린 이씨, 이 모습에 거친 손끝으로 슬쩍 눈물을 훔치고 만 남편 등 주인공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사의 우려에도 불구, 출산을 강행하는 대목에서는 이 프로만이 줄 수 있는 진한 주제의식도 느껴졌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 밤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영상기록 병원24시」와 무엇이 다를까. 지난 해 한 아이의 탄생과정을 개그맨 신동엽과 아나운서 방현주가 추적했던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탄생을 축하합니다」코너와는 또 무엇이 다를까. 「숭고한 한 생명의 탄생」마저 이제는 「최소한의 감동 보장」을 위한 방송의 단골소재가 된 것은 아닐까.
「휴먼다큐…」는 우리 이웃의 속내를 들춰내는 진지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화제성 소재에 안주해 카메라 눈길 닿는 대로 휙휙 제작해서는 감동은 커질 수가 없다. 명동거리에서 통기타를 치던 가수 수와 진, 시골길을 몇십년째 달린 버스운전사 등 예전 「인간시대」의 몇몇 주인공들이 지금도 기억되는 까닭은 당시 제작진에 의해 한 올 한 올 풀린 그들의 숨은 삶과 생각때문이 아닐까. 김관명기자 kimkwmy@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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