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대란] 당혹감속 긴급 대책회의
1999/01/27(수) 23:44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이 27일 오후5시50분께 폭탄선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당혹감속에 긴박하게 돌아갔는 모습이었다. 검찰은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이 반박 기자회견을 한뒤 곧바로 검사장급 이상 간부를 비상소집, 차장 주재로 1시간30여분동안 대책회의를 가졌다. 검찰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대책회의를 하는 동안 기자들의 대검청사 출입을 통제했다.
검사장들은 회의에서 심고검장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으며 떡값성 금품을 받아 소환조사를 받는 다른 검사들과 똑같은 원칙에 따라 처리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대검차장은 『이번 성명 발표건에 대한 경위는 조사해야 겠다』고 말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대검차장은 밤 10시30분께 퇴근직전 기자들과 만나 『수뇌부만 알고 있던 진상을 다른 간부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대책회의의 의미를 축소했으나 격앙된 분위기속에 향후 대책들이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고검장은 이날 오후 8쪽짜리 유인물을 들고 대검기자실을 찾아와 30여분간 검찰 수뇌부를 강도높게 성토했다. 『수사결과 발표할 때 여러분을 보다가 이런 자리에서 보니 비통한 심정』이라며 운을 뗀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자리를 뜨면서 혼잣말로 『앞으로 내 인생역정이 어디로 갈지…』라며 답답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고검장은 이날 부인이 몰고 온 차에 타고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떠났다.
○…이대검차장은 심고검장의 성명서 배포가 끝난 직후 바로 기자실을 찾아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심고검장을 비난했다. 그는 『고검장까지 오른 사람이 비열하다』『의뢰인과 말을 맞추려했다』 『무슨 총장후보감이냐』 『뭘 안다고 정치권에 아부 운운하느냐』등 흥분을 가누지 못했다.그러나 기자회견 중간에 걸려온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전화를 받고 난 뒤 다소 냉정을 되찾은 듯 『내가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심한 발언을 한 것도 있으니 순화해 표현해달라』고 취재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날 설전을 벌인 이대검차장과 심고검장은 모두 특수부에서 잔뼈가 굵은 수사통으로 검찰내에서도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시5회와 사시7회인 이들은 대검 중수부 과장부터 중수부장, 고검장까지 서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차장검사는 83년 대검 수사2과장과 94년 대검중수부장, 95년 대구고검장을 지냈고 심고검장은 이차장검사의 뒤를 이어 86년 대검수사2과장 ,97년 대검중수부장, 98년 현재 대구고검장으로 재임중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ankookilbo.co.kr 박정철기자 parkjc@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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