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과 '뇌물면죄부'
1999/01/27(수) 18:52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뇌물면죄부냐』 김태정검찰총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의 도덕불감증을 탄식한 얘기다. 검찰총수가 오죽했으면 시비가 분분할 수도 있는 이같은 자극적인 발언을 했을까.
검찰이 각종 비리혐의가 있는 여야의원 10명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완료하고 신병처리를 하려하자 정치권이 임시국회를 소집, 회기중 불체포 특권으로 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야 3당총무들은 최근 비리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들 의원 10명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방탄국회」에 이어 국가형벌권행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야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준법에 가장 솔선해야 할 입법부가 앞장서서 법정신을 훼손해도 되는 것인지, 또 정치권개혁은 말로만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정치가 현실이고, 경색정국 타개가 당면현안이라고 하더라도 명분없는 짓이다.
범법자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할 수 있다면 국가의 장래는 암울하다.
수억, 수십억을 챙긴 의원이 정치권의 야합에 따라 안전할 수 있다면 100만~2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구속기소되는 일반공직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수억 받은 비리정치인은 손도 못댄채 몇푼 받은 후배를 어떻게 엄벌할 수 있겠느냐』는 검찰수장의 항변을 새겨 들어야 한다. 비리혐의 의원가운데는 입법부 수장으로 있을 때 비서관채용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사람도 있다.
돈을 주고 취직했던 사람은 구속기소돼 처벌받았는데도 뭉칫돈 받은 파렴치한 의원은 방탄국회 울타리 속에 안주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개혁의 바람이 가장 먼저 불어야 할 분야가 정치권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그리고 개혁의 영(令)이 서고 날이 서는 것은 정권출범 초기라는 점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
그렇다면 지금 국민의 정부는 실기(失機)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적어도 『정치권 부패척결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조소는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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