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술렁] 총수사퇴 공개요구 일파만파
1999/01/27(수) 22:25
27일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갑작스런 기자회견이 검찰 안팎에 일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사건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검찰이 사건 처리를 둘러싼 노골적인 내부 반발로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현직 고검장이 자신의 직속 상사이자 검찰의 총수를 직접 겨냥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것 자체가 유례없는 일인데다, 그의 직설적인 반발이 내부의 불만을 등에 엎은 것이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로 튈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심고검장의 이날 회견은 이변호사 사건 처리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불만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사실 검찰 내부에선 떡값 및 향응을 받은 검사들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사퇴종용에 반발하는 여론이 강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검찰 수뇌부가 여론의 비난만을 의식해 무리하게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이 사건 처리과정이 차기 검찰총수 구도와 관련한 음모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심고검장은 이날 이같은 검찰 내부의 분위기와 여론을 노골적으로 공개하면서 검찰총수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심고검장의 회견 소식을 접한 검찰 수뇌부는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는 탄식과 함께 이번 사태의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떡값이나 전별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사가 과연 몇이나 있겠느냐』며 『과거의 관행을 이제와서 문제삼아 사표까지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 검사들은 심고검장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검찰 간부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검의 모 부장검사는 『당사자들로선 다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땅에 떨어진 검찰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검찰 간부로서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이 검찰의 위상과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대검의 한 연구관은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검찰의 위상이 말이 아닌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앞으로 국민들이 검찰을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특히 『상명하복과 일사분란한 지휘계통을 유지해온 검찰에서 검찰 총수와 수뇌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며 이번 사건이 향후 검찰 수뇌부의 전면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했다. 김상철기자 s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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