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눈] 강경식.이경식 형식 '경식증언'
1999/01/26(화) 17:54
26일 오전 10시 국회 145호실. 경제청문회의 환란관련 증인으로 나온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가 증인석에 앉아 신상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필설로 말할 수 없는 참회의 나날을 보내왔다』『오늘 숨김없이 속죄의 마음으로 진실되게 증언할 것이다』는 등의 비교적 호소력있는 말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의원들의 신문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강전부총리는 성질을 눅이려 애쓰는 듯이 보이기도 했지만 할 말은 다했다. 오히려 의원들보다 더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우선 책임 부분. 강전부총리는 처음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했는데도 어떻게 나더러 다 책임을 지라고 하느냐』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것은 (의원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책임을 모면할 생각은 없다』는 「사족」은 잊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그는 시종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있었다』며 당당했다. 『내가 감지하지 못했던 건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을 정도의 위기였다』며 교묘하게 핵심을 피해나가기도 했다.
이런 증언내용은 이날 새벽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던 구재경원 과장·사무관들의 증언과는 너무 딴판이었다. 이들은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몇 차례 올렸는데도 윗선에서 수용하지 않았다』『기아사태 등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부총리는 「문제가 복잡하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강전부총리의 증언태도는 전날 이중적인 자기 방어에 급급했던 이경식(李經植)전한은총재와 마치 「쌍둥이」처럼 같았다. 당시 우리경제의 키를 쥐고 있었던 인사들의 수준이 이 정도였으니 환란을 막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효섭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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