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장시 `머나먼 길' 펴낸 고은
1999/01/26(화) 17:19
『미국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새로 그려볼까, 그렇게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은(66) 시인이 27일 오후 1년 일정으로 한국을 떠난다. 미국 하버드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동시에 방문교수로 초청받아 가는 것이다. 아내 이상화 중앙대영어학과교수도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같이 솔가해서 떠난다. 고씨는 『금방 갖다 올 것』이라면서도 그곳에서 「한국의 얼굴」을 찾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가 떠나기 전에 자신의 미국행과도 관련된 화두로 내놓은 것이 장시 「머나먼 길」(문학사상사 발행)이다. 「머나먼 길」은 모천에서 태어난 연어의 떠남과 순례, 그리고 회귀를 14편의 단장으로 나눠 노래한 장시이다. 그는 그러나 이제 연어 하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모천회귀의 개념이 아니라, 떠남과 회귀의 길 가운데 있는 「순례」에 더 비중을 두어 노래했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는 존재이자마자/그것은 어디론가 가고 있다/존재가 아니라/행(行)!」 이라는 구절이 그것을 말해준다. 「떠나야 한다 떠나야 한다」에서 시작해 「나는 꿈꾼다/내 살 속 가시에 찔리는 햇살의 아픔을 위하여」로 끝나는 수만 자의 장시에서 그는 마치 폭포처럼 불기둥처럼 때로는 거침없이 때로는 유장하게 언어의 잔치를 벌이는듯하다.
『존재가 틀에 갖혀서는 안됩니다. 무한한 자기시련이 존재의 비밀이지요. 그것을 위해서는 율리시즈적인 회귀보다 발전을 지향하고, 미지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고씨는 93년께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 튀니지를 경유하면서 이 장시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튀니지의 섬에 있는 공항의 「율리시즈 호텔」에 머물면서 호머의 「오디세이」를 떠올렸고, 대양으로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꿈꿨다는 것. 그는 『연어를 회귀 개념으로만 보는 것은 알파와 오메가만을 생각하는 것일뿐, 북대서양 베링해라는 거대한 삶의 무대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삶은 수없는 고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수많은 고향을 꽃피워내는 과정』이라며 떠나는 이의 심정을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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