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빙상각료회의
1999/01/25(월) 18:35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남극대륙에는 물개가 없다. 18세기 중반부터 약 100년간 계속된 남획으로 전멸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저지른 과오다.
남극대륙은 사람들이 더럽히고 망쳐놓은 지구 위 다른 지역들에 비하면 아직 깨끗하지만 이 곳에도 환경오염경보가 울린 지 오래다.
57년 처음 발견된 남극 하늘의 오존구멍은 점점 커져서 남미대륙 절반만해졌다. 대기오염으로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는 바람에 빙산이 녹아내리고 있다.
그로 인해 바닷물 높이가 올라가면서 앞으로 100년 내에 바닷가 대도시들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한다.
이미 태평양의 많은 환초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남극대륙 표면은 산업폐기물과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낙진으로 지저분해졌다.
남극대륙 스콧뉴질랜드 기지에서 25일 24개국 장관과 관리들이 참가한 가운데 남극대륙 환경보호를 위한 빙상각료회의가 시작됐다.
남극대륙의 불행을 막아 지구를 재앙에서 건지려는 노력이다. 참가자들은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남극대륙은 지구 면적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얼음땅이다. 전세계 얼음의 90%나 되는 양이다. 얼음두께는 지리산 높이(1,915m)보다 두꺼운 평균 2,000m나 된다.
찬 바닷물에는 빙산이 천천히 흘러다니고 돌고래, 고래, 물범이 놀고 크릴새우떼가 헤엄친다. 매끄러운 몸뚱이를 자랑하는 펭귄은 짧은 날개를 휘저으며 뒤뚱뒤뚱 걸어다닌다.
이끼류를 비롯한 식물도 8,000여 종이나 산다. 이들 식물은 남극의 짧은 여름 동안 짧게는 며칠, 길면 한 두 달 사이에 부지런히 자란다.
남극대륙은 석유를 비롯한 광물 등 각종 자원의 보고이자 우주의 비밀을 감춘 창고이기도 하다.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여기서 7,000개 이상의 운석이 발견됐다.
이들 운석은 70만년 전에서 1만년 전 사이에 소행성에서 떨어져나온 것인데 화성이나 달에서 온 것도 있다고 한다.
남극대륙은 어느 나라 땅도 아니다. 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영유권 주장이 금지돼 있다. 과학적 탐사만 허용돼 있어 우리나라도 세종과학기지를 두고 있다.
어제 남극에 모인 정치인들이 값진 결실을 거둬오기를 바란다. 남극해 물개와 같은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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