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이경식 전한은총재 소나기성 추궁에 흥분
1999/01/25(월) 23:24
25일 대장정을 시작한 국회 「IMF환란조사특위」의 본격적 증인·참고인 신문은 당초 예상대로 외환위기의 책임규명을 둘러싼 신·구정권간의 뜨거운 공방으로 점철됐다.
○…청문회에서 각 의원들에게 할당된 시간은 최대 1시간. 때문에 시간에 쫓긴 의원들과 증인들간에 질의·답변시간을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실랑이가 속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는 처음엔 차분했으나 소나기성 추궁이 계속되자 이내 흥분상태에 돌입, 『나도 얘기 좀 해야겠다』며 의원들 질의를 제지했다. 참고인인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도 수차례에 걸쳐 『답변시간을 주지 않으려면 왜 불렀느냐』며 강력 항의하는 전투적 모습을 보였다.
다만 외환위기 당시 공직에 있지 않았던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는 책임논란에서 일단 비켜서 있는 탓인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태도였다. 또 당시 보고체계를 벗어나 김전대통령을 독대, IMF행 필요성을 알린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비서관은 오히려 의원들로부터 『국민적 훈장감』『직무에 충실하고 용기있는 공직자』라는 치켜세움을 받아 극히 상반된 모습이 연출됐다.
○…한편 이전총재는 답변 도중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시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97년11월10일에서 12일로 번복, 책임회피의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이같은 답변태도 때문인 듯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은 이전총재에게 거의 답변시간을 주지않고 일방적으로 이전총재를 직무유기로 몰아붙이는 「나홀로」질의를 벌이기도 했다.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은 『이전총재가 92년 대선때 김전대통령의 대선캠프였던 「동숭동팀」에 합류,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했다』고 「폭로」했으나, 이전총재가 『사실무근』이라고 말을 자르자 머쓱해졌다.
○…신문과정에서 국민회의 의원들은 미리 역할을 분담한 듯 조직적인 「팀 플레이」를 선보여 증인들을 곳곳에서 궁지에 몰아 넣었다. 정세균(丁世均)의원은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 탕진, 가용 외환보유고 부풀리기등 96년이후 누적된 환율정책의 실패를 집중 공략했다. 이에비해 천정배(千正培)의원은 IMF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 97년11월21일 직전 한달동안의 정책적 내부혼선,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미적거림 등 미세한 부분을 따지고 들었다.
김영환(金榮煥)·김민석(金民錫)의원은 이전총재에 대해 『몸을 던진 흔적이 없다』며 위기관리체제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에대해 이전총재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부분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청문회에 소환된 증인들 가운데에는 지난 「한보청문회」때와는 달리 변호사를 대동한 증인이 한사람도 없어 대조를 이뤘다.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장재식위원장은 『얄팍한 경제지식이나 말솜씨로 진실을 호도하면 또 한번의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경고성 인사말을 했다. /고태성기자 tsk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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