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 구속 변인호씨 입원중 병실서 탈출
1999/01/26(화) 08:39
3,70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지난해 구속기소된 변인호(卞仁鎬·41)피고인이 구속집행정지 기간중 도주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더구나 법원은 뒤늦게 구속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검찰은 이를 집행하지 못하고 코앞에서 변피고인을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변피고인을 전국에 지명수배하는 한편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변피고인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변피고인은 13일 주거제한됐던 한양대병원에서 도주했다. 당시 구속집행정지가 취소되고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변피고인은 사설 경호원들이 영장집행을 위해 나온 검찰 수사관을 따돌리는 사이 한양대병원 특실 21층에서 난간을 통해 외부로 도망쳤다.
이에앞서 변피고인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박송하·朴松夏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변피고인을 구속집행정지로 풀어줬다. 변피고인이 고혈압, 고혈압성 뇌증, 혈뇨 등의 증상을 보여 수형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변호인의 신청을 받아들인 조치였다. 이에따라 변피고인은 지난달 서울구치소를 나와 한양대병원 특실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재판에 불출석, 13일 재판부에 의해 구속집행정지가 취소됐고 대검 공판부(박종열·朴淙烈부장검사)는 변피고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집행에 나섰다.
당시 변피고인의 병실 앞엔 4명의 사설경호원이 있었으며 검찰 수사관은 경찰에 병력을 요청했으나 이미 변피고인은 자취를 감춘 뒤였다.
법원은 특히 변피고인을 구속집행정지로 풀어주면서 주거를 한양대병원으로 제한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도주를 방조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대해 『변피고인이 재판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와 쓰러지곤 해서 더이상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 불가능했고 정밀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까지 첨부돼있어 구속집행을 정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변피고인이 아프척 한 것은 일종의 속임수였는데 재판부가 성급하게 구속집행정지로 풀어줘 결국 도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도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상태에서 집행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지적이다.
변피고인은 96년1월 컴퓨터 수출업체를 가장한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쓰레기나 저가부품을 수출하고 이를 16MD램 등의 고가 제품을 수출한 것처럼 속여 금융권으로부터 200여차례에 걸쳐 2,300여억원의 수출입 신용장 대금을 미리받아 가로챈 혐의로 97년 11월 구속기소됐다. 변피고인은 특히 주가 등을 조작, 수많은 선의의 주식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으며 1심에서 징역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계류중이었다.
박일근기자 ikpark@hankookilbo.co.kr
이동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