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흐르는…」연출자 장수봉PD 인터뷰
1999/01/22(금) 17:33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던 21일 저녁 장수봉(51·사진)PD는 매우 흡족해 보였다. 『반응이 어떻습니까? 괜찮지요? 시청률은 상관없어요. 오랜만에 진짜 어른들이 나오는 드라마 한 편을 만든 것같습니다. 연기자들도 연기를 정말 잘 해줬고 작가도 빼어나게 글을 써 줬습니다』
장PD는 지난 해 가을부터 소외되고 힘을 잃은 가장, 이 시대의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20여년을 진급도 못 한채 한 자리에 머물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마는 아버지. 이런 남편과 헤어지려 했으나 결국 함께 살아가는 아내, 그리 화려하지 못한 삶을 사는 세 딸. 이 가족을 「울음」이라는 매개로 한 데 묶고 싶었다.
『모든 연기자들이 한 번씩은 울었을 겁니다. 삶이 슬퍼서 울고, 정에 겨워 울고, 사랑이 아파 울고…. 젊은 연기자들만 득시글거리는 요즘 드라마에서는 찾기 힘든 눈물이지요』
그는 극중 아버지로 나온 중견탤런트 박근형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초 한국 아버지상(像)의 대표적 인물인 최모씨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려 했지만 박근형의 「가식없는 연기」가 더 마음에 들어 바꿨다. 촬영중에도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연기자다』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77년, MBC에 입사한 그는 「3840유격대」「아들과 딸」「춤추는 가얏고」등을 연출했고 「마당깊은 집」(90년)과 「까레이스키」(95년)로 두 차례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을 받았다. 방송가에「욕쟁이」로 소문난 그는 우리 이웃의 잔잔하면서도 진실한 삶을 줄기차게 그리는 몇 안되는 연출자다. 김관명기자 kimkwmy@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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